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맹여사의 TV보기] KBS2 "연작 에세이 어머니"

알림

[맹여사의 TV보기] KBS2 "연작 에세이 어머니"

입력
2003.07.08 00:00
0 0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로 보낸 직후인 오전 8시20분 쯤, TV 앞에 앉는다. 커피도 한잔 갖다 놓는다. 느긋하게 TV를 보려는 심산이다. 보통 때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짧은 20분간의 시청을 위해 커피까지 준비시키는 좋은 프로그램이 신설되었다. KBS 2TV '연작 에세이 어머니'(월∼금요일 오전 8시25분)가 바로 그것이다.'어머니'는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고해 보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탤런트 고두심과 김수미의 어머니 편이 방송되었다. 처음에는 유명 연예인의 어머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 포장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방송 내용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냈다. 이름 없는 촌부로 가난과 맞서며 자식을 위해 한평생 살아 온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의 어머니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어머니에 대한 고운 추억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싫었고 미웠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미워하고 싫어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렇게 살아 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까닭에 눈물도 흘린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을 어머니에 대한 진솔하면서도 아픈 기억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머니'의 형식은 다큐지만 우리가 보아왔던 일반적인 다큐와는 그 형식을 달리 한다. 어머니를 회상 할 때, 또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이미지로 재연된다. 흑백으로 바뀐 화면 속에 어머니의 모습, 거울, 작은 바구니 속에 담긴 운동화, 옥수수, 찐빵이 그렇게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마치 담채화를 보듯, 한편의 수필을 보는 듯한 절제되고 압축된 영상기법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어머니'라는 주제에 맞는 다큐로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점도 있다. 고두심이 드라마 분장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머니를 회상하며 누워 있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김수미가 어머니 산소에 누워 있는 모습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출연진들이 유명 연예인이기에 빚어질 수 있는 단점이다. 그들의 모습과 행동이 조금만 부자연스러워도 의도된 연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고 공감대가 떨어진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다.

주부가 주 시청자인 아침 프로그램은 불륜 드라마나 연예인의 이야기를 다룬 토크쇼가 대부분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정관념으로 사로잡힌 아침 프로그램이 주부들의 감성과 정서를 풍부하게 해 주는 '어머니'로 인해 조용한 개혁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맹숙영 방송모니터 (www.goodmonitor.pe.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