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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혼전임신·속물 상류층 블랙코미디로 풀어내… 풍자와 막장 성공적 줄타기

입력
2015.03.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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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부터 심상치 않았다. 고등학생인 한인상(이준)과 서봄(고아성)이 기숙사에서 몰래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몸을 더듬는 수위 높은 베드신이 화면을 채웠다. 심지어 임신한 봄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인상이 택시기사에게 “저희 키스 한 번만 하면 안될까요?”라며 상상초월 대사를 날린다. 역시 뒤이은 격정적인 키스신.

9일 5회가 방송된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거의 매회 미성년자인 두 사람의 키스신이 등장한다. 10대의 혼전 임신도 모자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쳐난다.

어른들의 세계도 자극적이긴 마찬가지다. 법률가를 배출해 초일류 상류층으로 살아가는 인상의 집안과 평범한 소시민인 서봄의 집안 사이 웃지 못할 기싸움이 그렇다. 서봄을 떼어 놓기 위해 서봄의 부모에게 17억5,000만원을 제시한 인상의 아버지 한정호(유준상)의 행동은 평일 아침극이나 주말극에서나 볼 법한 전형적인 ‘막장 코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풍문으로 들었소’에 대해 “막장 드라마”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상파 방송에서 가능할까’ 우려했던 시선조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콘텐츠파워지수(3월2일~8일 기준)에서 ‘삼시세끼-어촌편’과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온갖 논란거리보다 상류층 사회에 대한 풍자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덕분이다.

정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가 역술가를 불러 집안에 부적을 붙이고, 서봄에게 낯뜨겁게 고함을 치다 비서의 손에 입이 틀어 막히는가 하면, 아들의 혼인신고로 정호와 연희 부부가 눈물을 쏟는 장면은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우아하던 겉모습 속에서 민낯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SBS가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JTBC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서 논란을 불러왔지만 결국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쥔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를 믿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자격’ 속 강남 엄마 윤서래(김희애)와 ‘밀회’ 속 예술재단 간부인 오혜원(김희애)의 상류사회에 대한 반감과 일탈, 사랑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같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일부에서는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본질은 ‘갑질문화’에 대한 풍자이기에 사실적으로 진정성 있게 콘텐츠를 만든다면 지상파라고 (수위 높은 장면 방영을)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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