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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수준 스키 선수가 올림픽 출전할 수 있었던 방법은

입력
2018.02.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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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와니 인스타그램 캡처
엘리자베스 스와니 인스타그램 캡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헝가리 대표로 출전한 엘리자베스 스와니(33ㆍ사진)의 독특한 사연이 화제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스와니는 일반인 수준의 하프파이프 실력에도 국제대회 순위권에 들어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이 종목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21일(한국시각)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평창올림픽 하프파이프 경기에 헝가리 대표로 출전한 스와니에 대해 보도했다. 스와니는 미국 출신이지만 2013년 이후 어머니의 국적인 베네수엘라, 조부모의 국적인 헝가리로 2차례나 국적을 바꿨다.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종목에 국가대표로 참여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스와니의 하프파이프 실력은 사실상 일반인에 가깝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점프를 시도하지 않았다. 하프파이프는 고난도 점프 묘기로 겨루는 종목인데, 올림픽에 나간 사격선수가 총 방아쇠 한 번 당기지 않고 경기장을 내려온 셈이다.

스와니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IT업계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동계올림픽 출전 목표를 세운 건 2013년이었다. 평소 기벽(奇癖)에서 비롯된 도전이었다. 스와니는 19살이 되던 2003년엔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스와니 인스타그램 캡처
엘리자베스 스와니 인스타그램 캡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스와니는 이미 출중한 기량의 대표 선수들이 많은 미국 대신 어머니의 조국인 베네수엘라로 국적을 바꿔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을 노렸다. 하지만 출전은 실패했고, 이번엔 조부모의 혈통이 흐르는 헝가리로 눈길을 돌렸다. 마침 선수들의 부상과 남녀 선수 비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헝가리 스키 연맹은 스와니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허락했다.

스와니는 총 5개(에어리얼, 모글, 슬로프스타일 등)로 이뤄진 프리스타일 종목에서 하프파이프 출전을 원했다. 이유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선수 층이 얇은 종목이기 때문. 월드컵에서 30위 안에만 들면 올림픽 출전 자격이 생기는데 월드컵 참가 선수는 매년 24~28명 안팎에 불과했다. 치명적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올림픽 출전은 따놓은 당상이었던 셈이다.

스와니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스키 월드컵에 참가해 15명 중 13위를 기록하는 등 턱걸이 성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평창에서 24명의 선수 가운데 2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스와니는 원통을 반으로 가른 모양의 하프파이프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할 뿐 어떤 점프 기술도 선보이지 않았다.

스와니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제스키연맹(FIS)은 스와니 같은 ‘무혈입성’식 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해 참가 자격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캐나다의 캐시 샤페(26)는 경기 종료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스와니는 모든 대회에 참가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포인트를 획득했다”며 “국내 대회에도 출전해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노력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와니는 19일 로이터에 “나는 프리스타일 스키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헝가리에서 스키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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