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이 또 살인 사건으로 번졌다. 2일 경기 하남에서 3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위층의 60대 부부에 흉기를 휘둘러 부인을 숨지게 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부천시에서 위층 주민이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아래층 모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50대 여성이 숨지는 등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2년 7,000여 건에서 지난해 1만5,600여 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웃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현장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민원만도 2013년 3,200여 건에서 지난해 4,700여 건으로 늘었다. 아이가 뛰는 소리와 어른 발소리가 80%로 대부분이었다.
우리 국민의 91%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생활하고, 65%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과 자동차 등 외부의 소음과 피아노, TV 소리 등 이웃에서 발생하는 원하지 않은 소음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숙면이나 휴식을 방해하는 층간소음이다. 이런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불안 및 우울, 스트레스, 불면증과 같은 정신장애에 이르는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온다.
그런데도 법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나 지방자치단체 신고센터의 중재역할에 한계가 있어 대개 말다툼으로 끝난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현장조사 및 피해배상을 받는 방안도 있지만 피해배상액보다 피해를 입증하는 데 돈이 더 들어 가 실효성이 떨어진다. 건축법을 강화해 천장공간의 흡음력을 높이는 등 향상된 방음기술을 적용하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정부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2009년부터 표준바닥구조를 적용한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도 민원이 잇따른다.
환경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은 낮에는 43데시벨(㏈), 밤에는 38㏈이다. 그런데 전문기관이 이웃간 분쟁 현장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넘어서는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아무리 기준을 강화해도 주관적 해석이 덧붙여지게 마련인 소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결국 층간소음 갈등의 해법은 이웃을 최대한 배려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공동체의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거실에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거나, 저녁과 이른 아침에 청소나 세탁을 삼가는 등 공동주택 생활의 기본 예절만 잘 지켜도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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