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주 기자

등록 : 2016.10.10 10:30
수정 : 2016.10.10 10:30

“타이타닉 침몰… 모두 안전하다” 100년 전 오보에 소름

워싱턴DC 뉴스 박물관 '뉴지엄' 화보

등록 : 2016.10.10 10:30
수정 : 2016.10.10 10:30

1912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익스프레스’라는 신문은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보도하면서 “모든 승객이 안전하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끔찍한 오보였다. 최진주기자

1912년 4월 15일 영국에서 미국으로 항해하던 대형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쳐 북대서양 바닷속에 침몰했다.

총 2,224명의 승객 중 거의 70%에 달하는 1,514명이 숨진 끔찍한 사고였다. 타이타닉은 SOS를 쳤으나 라디오 신호가 약하고 잡음도 많아서 온전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혼란에 빠진 미 언론들은 서로 다른 정보를 받아 들고 보도해야 했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익스프레스’라는 신문은 1면 헤드라인을 “‘모든 승객이 안전하다’ 타이타닉호에서 온 보고”(“All passengers are Safe” Report from Titinic)라는 희대의 오보를 내기까지 했다.

지난달 미국 출장 기간에 방문한 워싱턴DC 소재 뉴스 박물관 ‘뉴지엄(Newseum)’에서 이 오보를 발견하고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2014년 세월호 직후 ‘전원 구조’ 오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가장 먼저 MBC에서 나왔고, 이후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 쓰면서 오보가 확산됐다. 한 달 후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당시 MBC가 “경기교육청이 기자들에게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단원고 내부 소문을 듣고 성급하게 속보를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타 방송사들이 오보인 줄 파악하고 정정을 한 후에도 재차 같은 오보를 방송해 혼란을 부추겼다고도 말했다.

지구 반대편 뉴지엄에서 본 타이타닉 전원 구조 오보는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이 원인이 돼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에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든 그날의 일을 그대로 상기시켰다. 소름이 돋아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해 건립한 뉴스 박물관 ‘뉴지엄’에선 뉴스와 저널리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특종처럼 저널리즘이 승리를 거둔 날뿐 아니라 이처럼 수치스런 패배를 한 날까지 그대로 기록돼 있다. 팸플릿에서 시작한 뉴스가 종이를 벗어나 방송과 인터랙티브로 확장되는 것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섹션이나 (한국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전세계 분쟁현장에서 취재하다 숨진 기자들을 추모하는 곳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가도, 학생들이 직접 리포트를 해 보고 게임도 해 보면서 저널리즘을 체험하는 곳에서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저널리스트나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사람이 워싱턴DC에 갔다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명소라고 생각된다. 일단 사진으로라도 관람해 보자.

워싱턴DC=글ㆍ사진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뉴지엄 지하 1층에 있는 키플링의 시. 이른바 ‘6하 원칙’을 처음으로 표현한 시다. 최진주기자

뉴지엄 지하1층에선 FBI와 테러와의 전쟁, 더 심각해져 가는 사이버 테러,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지나친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정보기관의 네트워크 검열 등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뉴지엄은 맨 꼭대기부터 차례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도록 동선이 설계돼 있다. 꼭대기층에 있는 테라스에서는 주변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

6층에 있는 ‘오늘의 1면’에서는 전세계 신문의 오늘자 1면을 보여준다. 가끔 한국 신문이 등장할 때도 있다는데 이날은 없었다.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글. 자유로운 언론이 진실을 밝혀낸다.

뉴지엄의 하이라이트 ‘뉴스의 역사’ 전시관. 1455년부터 뉴스와 저널리즘의 중요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뉴스의 역사’에 전시된 신문들을 스크린으로도 찾아볼 수 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시작되기 전, 이미 뉴스가 혁명의 불꽃을 지폈다.

뉴스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

뉴스는 믿을 만한 것인가? 언론사들이 만든 박물관이지만 뉴스의 편향성, 오보 등을 비판한다.

2000년 미국 대선은 워낙 박빙 승부여서 누가 이겼는지 오락가락했다. 방송은 아예 앨 고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던 곳도 있다. 신문 헤드라인도 우왕좌왕했다.

섹스, 범죄, 스캔들…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듣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디오의 시대가 왔다. 오손 웰스가 가상의 ‘화성침공’을 라디오로 내보내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진짜 화성인이 침공한 줄 알고 쏟아져 나왔다.

한국전쟁 휴전을 알리는 신문. 맥아더의 얼굴을 크게 실었다.

‘누가 뉴스를 조종하는가’ 각 언론사들은 어떤 가문이 지배하고 있는지, 지배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섹션. ‘뉴스의 역사’ 전시관 자체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의 기부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공정하게 다룬다.

가로로 긴 상영관에서 뉴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CNN은 정치, 특히 선거 보도와 관련된 전시관을 운영한다.

CNN이 운영하는 ‘정치 예측 시장’ 화면. 주식시장처럼 정치를 보여준다.

미국 지도를 터치하면서 지역별 여론조사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SNS 등에서 정치인이 언급되는 것을 분석해 보여준다.

뉴스는 억압받는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흑인들의 투쟁을 뉴스가 어떻게 기록하고 보도했는지 보여준다.

전세계 언론자유를 보여주는 지도. 한국은 노란색, 즉 부분적 언론 자유국이다.

아직도 많은 분쟁지역에서 저널리스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취재 도중 숨진 저널리스트들을 추모하는 전시관.

신문의 역사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방송이 기록한 역사적 순간들도 볼 수 있다.

요즘 미국 언론사들은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다. 뉴지엄이 선정한 이달의 톱10 VR 콘텐츠를 직접 시청할 수 있다. 국내 언론사들의 VR 콘텐츠에 비하면 우주 다큐멘터리 등 굉장히 놀라운 수준이다.

자신이 TV리포터가 되어 방송을 해 볼 수 있는 곳. 어린이들이 뉴스와 저널리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사진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관.

뉴지엄의 기프트숍에선 이런 자조적인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다. “날 믿어… 나 기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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