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선수층에 화끈한 실탄 지원...42개 소구간 중 20차례나 1위
‘땀 닦지 마라, 코 풀지 마라, 팔 내리지 마라.’
충북 선수단에 내려진 금지 사항이다. 레이스 도중 얼굴 근처에라도 손이 갈 경우 그대로 엄광열(54) 충북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대학부 장거리의 간판 손명준(20ㆍ건국대), 무한 체력의 신현수(23ㆍ한국전력), 여자마라톤 1인자 김성은(25ㆍ삼성전자)도 예외 없다. ‘호랑이’ 엄 감독은 “오직 달리는 데만 집중하라.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라”며 빈틈없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환갑을 맞이한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에서도 충북의 독주 체제는 흔들림이 없다. 서울, 경기, 전남 등 2~4위권이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없다. 충북은 대회 닷새째인 20일 대전~천안(77.9㎞) 대구간도 압도적인 1위(4시간03분51초)로 레이스를 마쳤다. 종합 기록에서도 20시간05분46초로 2위 서울(20분19분19초)에 13분33초 앞서 있다.
충북은 지난해 8연패에 성공하며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쓴 명실상부 최강자다. 통산 우승 횟수도 18번으로 2위 서울(14번)을 멀찍이 따돌린 상태다. 경부역전마라톤의 보고(寶庫)와 같은 충북은 중ㆍ장거리 육상팀을 보유한 시ㆍ군청이 7개에 달한다. 매년 3개의 역전 대회가 충북도내에서 열리며, 타 지자체 보다 3배 많은 화끈한 ‘실탄’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신동삼 충북육상경기연맹회장부터 막내 고교생 선수까지 똘똘 뭉쳐 있으니 ‘산성’이 무너질 리 없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이 같은 독주 체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선수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충북을 꺾을 수 있는 팀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명준, 신현수, 김성은 등 선수들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 충북 대표로 뽑히는 것도 쉽지 않다. 7년째 선수단 구성이 엇비슷한데, 서로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경쟁심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종합 기록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매일 치러지는 레이스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은 이날까지 치러진 42개 소구간 가운데 20차례나 1위로 골인했다. 대전~천안 대구간 가운데 1~3소구간에서 충북, 전남이 치열한 선두 싸움을 했지만, 제4소구간부터 이명기(31ㆍ청주시청) 장은영(23ㆍ충주시청) 김성은이 차례로 나선 충북의 거침없는 레이스가 펼쳐졌다.
천안=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