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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달라도 즐겁다, 맨해튼의 홀리데이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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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달라도 즐겁다, 맨해튼의 홀리데이 마켓

입력
2016.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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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콜럼버스 서클의 홀리데이 마켓.
뉴욕 콜럼버스 서클의 홀리데이 마켓.

11월 말 추수감사절과 함께 미국은 본격적인 연말 홀리데이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뉴욕 록펠러센터 앞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히는 연중행사와 함께 주변 오피스 빌딩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거리고 백화점 윈도는 동화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장면을 전시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평소 바삐 걷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게 한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또 시내 곳곳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기 위해 맨해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파로 붐빈다.

게다가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중순은 ‘빛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유대교 명절 하누카(Hanukkah 또는 Chanukkah)가 시작돼 8일간 계속되는데 올해는 12월24일부터 1월 1일까지 크리스마스 기간과 겹쳐 훨씬 들뜬 축제 분위기다. 뉴욕 주 인구의 10%에 달하는 유대인의 영향으로 뉴욕 곳곳에 성탄 트리 장식과 함께 하누카의 상징인 ‘메노라’라는 9개의 촛대가 놓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겨울 맨해튼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아웃도어 홀리데이 마켓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추수감사절 전후로 시작되는 홀리데이 마켓은 크리스마스 쇼핑이 절정에 달하는 지금 가장 북적거린다. 싱싱한 로컬 채소의 그린마켓으로 유명한 유니언 스퀘어는 이맘때쯤엔 마켓 남쪽에 한시적으로 세워지는 홀리데이 마켓으로도 유명하다. 맨해튼의 오피스 밀집 지역인 미드타운의 뉴욕을 대표하는 공립도서관과 그 뒤쪽 브라이언트 파크는 언제나 빌딩숲의 오아시스였지만, 연말에는 그 매력이 한층 더해진다. 공립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앞에 펼쳐진 스케이트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데, 스케이트장 옆에 홀리데이 마켓까지 세워지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배가된다. 센트럴 파크 입구 남서쪽의 콜럼버스 서클 홀리데이 마켓 또한 14년째 그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콜럼버스 서클의 홀리데이 마켓에서 핫 초콜릿을 판매하는 부스.
콜럼버스 서클의 홀리데이 마켓에서 핫 초콜릿을 판매하는 부스.

어느 홀리데이 마켓을 가더라도 가장 인기 있는 구역은 역시 먹자골목. 야외 마켓의 한 구역은 뉴욕지역 레스토랑이나 상점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푸드코트처럼 구성되어 있다. 타코, 츄러스, 스페인 스타일의 군만두 엠파나다, 일본식 라멘 등 기름진 음식부터 뜨끈한 국물까지 추운 야외에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인기다. 그 중에서도 초콜릿을 그대로 녹여 걸쭉한 핫 초콜릿과 사과 주스를 계피, 오렌지 껍질, 메이플시럽 등과 함께 끓인 핫 애플 사이다는 부스 앞에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지역 배경에 따라 다른 매력이 있는 홀리데이 마켓에 들어서면 정작 이 지역의 비슷비슷한 취향을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통해 볼 수 있다. 귀여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파는 상점에서 자신의 한 해를 상징하는 트리 장식을 찾기도 하고, 올리브 오일, 초콜릿, 비누, 양초 등 지인에게 줄 부담 없는 선물을 둘러보며 고민한다. 야외 마켓을 걷다 보면 생각나는 털모자, 장갑, 목도리 앞에 잠시 멈춰 섰다가, 로컬 아티스트가 올리브 나무로 직접 만든 수제 목기, 직접 색다르게 문양을 넣은 세라믹 그릇을 파는 상점에서는 그 디테일에 감탄하며 한참을 머무른다. 뉴욕 지역에서 양봉한 꿀, 수제 잼, 직접 담근 각종 채소 피클 등 ‘메이드 인 뉴욕’을 강조한 먹거리들을 보며 뉴요커의 먹거리 취향도 다시 한번 되돌아 본다.

종교적인 명절인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연말을 반영하는 의미로 홀리데이 마켓이라고 일컫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이면 대부분의 야외 마켓은 문을 닫고 철거된다. 그렇게 맨해튼의 반짝이는 매력 하나가 12월의 추억으로 남는다.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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