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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쳐도 늘 ‘솜방망이’… ‘온정주의’가 또 폭력 사태 불렀다

입력
2018.01.19 17: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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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지난 10일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 ‘국가대표의 요람’인 진천선수촌에서 지도자가 선수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 체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6일 진천선수촌에서 쇼트트랙 훈련 도중 국가대표 J코치가 여자 국가대표 주장 심석희(20)를 폭행했다. 충격을 받은 심석희는 곧바로 짐을 싸서 선수촌을 나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8일 오전 회의를 열어 J코치의 직무를 무기한 정지했다. 같은 날 오후 심석희도 복귀해 19일 오전 훈련부터 정상 소화 중이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지도자의 선수 폭행은 한국 체육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지도자는 선수 기용의 전권을 거머쥐고 있다. 지도자가 폭행을 해도 선수는 저항하기 힘들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여전히 많은 지도자들이 폭력을 교육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J코치 역시 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는데 심석희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며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도자가 선수를 체벌하는 이유로 ‘정신력이 해이해서(58.9%)’, ‘규율이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서(55.7%)’, ‘팀워크에 문제를 일으켜서(36.2%)’, ‘성적 향상을 위해서(23.8%)’ 등의 답변이 나왔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수많은 메달을 땄지만 2004년 코치들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반발한 여자 선수들의 선수촌 집단 이탈, 2006년 파벌 논란, 2010년의 ‘짬짜미(같은 파벌 선수끼리 밀어주는 일)’ 파문, 2015년 선수 간 폭행, 같은 해 미성년자 국가대표 선수의 음주 추태, 2016년 전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들의 불법 도박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그 때마다 선수와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일쑤였다. 메달만 따면 된다는 온정주의에 사로잡힌 조직 문화가 내부자들의 의식을 안일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쇼트트랙 종목 앞에 ‘효자’란 말을 붙이기가 부끄럽다. 쇼트트랙 경기인들은 여전히 금메달만 가져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일갈했다.

빙상연맹은 이번에도 늑장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빙상연맹은 “심석희를 때린 코치로부터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인 심석희에게도 의견을 묻겠지만 올림픽 개막이 얼마 안 남아 지금은 선수의 심리적인 안정이 더 중요해 추후 적당한 시기를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진상 파악 중이라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높다.

J코치는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지도자의 폭력은 경미한 경우 1년 이상 3년 미만의 자격정지, 중대한 경우 3년 이상 자격정지부터 영구제명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한편, 심석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선수와 코치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 사실 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라며 “빙상연맹에서 사태 전모를 정확히 파악해 소상히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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