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비겼다고 생각 한다.”(아이만 하킴 시리아 감독)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 슛이 골대를 맞는 등 행운이 따랐다. 우리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는데 진 적이 있다. 이것이 축구다.”(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
두 사령탑의 총평에서 보듯 일진일퇴 공방이었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에서 전반 4분 홍정호의 골을 끝까지 지켜 1-0 승리를 따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나왔지만 이후 한국은 시리아의 거센 반격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지난 23일 중국전 패배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숨 돌린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기였다”고 인정하며 “우리가 승점 3을 따 2위를 유지하면서 자력으로 월드컵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 고무적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동안 뻔히 노출된 4-3-3 포메이션만 고집한다는 비판을 들었던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처음에 고명진을 중앙에 배치했다가 전반 10분도 되기 전 사이드로 바꾸고 전반 30분경 다시 중앙으로 위치시켜 4-2-3-1 형태로 변화하는 등 포지션 체인지가 잦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을 처음에 중앙에 놓고 경기 초반 윙으로 올려 시리아 선수들을 당황시키려 했다. 다 준비된 전술이었다”며 “하지만 전반 중반 상대가 중원에서 강하게 나와 다시 고명진을 기성용과 함께 미드필더에 세운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오는 6월 카타르(원정), 8월 이란(홈), 9월 우즈베키스탄(원정)전 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단 카타르와 경기 전까지 한 숨 고를 수 있게 됐다. 또 카타르전 앞두고는 이번보다 소집을 좀 더 길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전술적인 부분을 준비해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시리아는 작년 9월 극단적인 수비 축구와 시간 끌기로 ‘침대 축구’라는 오명을 들었지만 이날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킴 감독은 “작년 경기가 너무 방어적이라고 하는데 상황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그런 전략을 취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늘은 최선의 준비를 하고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결정력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내전으로 홈경기를 말레이시아에서 치르고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열악하게 최종예선을 소화하고 있는 시리아 축구대표팀의 상황과 관련해 그는 “알다시피 어느 참가 팀보다 어렵다”면서 “시리아 국민을 대표해 이 자리에 왔다는 영광을 되새기며 시리아 국민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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