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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소통하고 맞춤처방… 투수왕국 꿈꾸는 ‘송골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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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소통하고 맞춤처방… 투수왕국 꿈꾸는 ‘송골매직’

입력
2018.05.18 0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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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레전드 송진우 코치

“시즌은 길고 남은 경기 많아

컨디션 유지에 늘 신경써야

아시안게임 전후로 판세 요동

지금 분위기 유지하면 더 상승”

부진했던 샘슨∙휠러 투구폼 교정

독수리 마운드의 ‘화타’ 역할

어린 선수 상대 배팅볼도 자처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16일 인터뷰에 앞서 덕아웃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제공.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16일 인터뷰에 앞서 덕아웃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제공.

‘송골매직’의 힘인가. 한화 이글스의 마운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 한화 투수들은 타자와의 대결 보다 덕아웃(코치진)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번에 못 던지면 서산(2군)으로 가는 게 아닐까?’ ‘안타 맞으면 바로 교체되겠지?’하는 두려움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투수 엔트리가 바뀌지 않는 구단’이 됐다. 16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송진우(52) 한화 투수 코치는 “엔트리 변경은 코치진과 선수간 가장 예민한 문제”라며 “코치진은 선수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하고, 선수는 마운드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17일 현재 평균자책점 4.49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도 1.41로 SK(1.35)에 이어 두 번째다. 고질적 문제였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리그 내 압도적으로 가장 적다. 여기에 마무리 정우람까지 16세이브(리그 1위)로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선발만 더 다듬어 진다면 ‘송진우-정민철-구대성’으로 대표되던 왕년의 ‘투수 왕국’을 재건할 태세다.

한화의 강해진 마운드엔 송진우 코치의 선수별 ‘맞춤형 처방’이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은 시즌 초반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디딤발 위치를 교정하면서 제구는 물론 구속까지 좋아졌다. 제이슨 휠러에게는 체인지업을 수정하도록 했다. 팔 스윙은 빠르게 하는 대신 공의 속도는 조금 늦췄더니, 공의 낙폭이 커지면서 탈삼진 비율이 부쩍 늘었다. 이외에 배영수의 바깥쪽 공, 장민재의 스리쿼터형 팔동작, 서균의 셋업포지션 투구도 모두 송 코치의 처방이다.

최근 한화 팬들은 송진우 코치가 고질병을 앓던 한화 마운드를 치유했다며 ‘화타’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현역시절 그의 별명이었던 ‘송골매’를 본 따 ‘송골매직’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송 코치는 “코치의 주문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의 능력”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송 코치는 ‘소통’도 강조했다. 코치-선수간 벽을 낮춰 선수는 코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코치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공해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캐치볼도 자주하고, 타자 베팅볼도 직접 던져준다. 국내 최고 좌완 레전드급 코치가 어린 선수들에게 베팅볼을 던져주는 장면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다만, 올해 한화 타선이 유독 왼손 투수에 약한 점은 아이러니다. 송 코치는 “타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베팅볼을 자주 던지는데 정작 시합에서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앞으로는 다른 좌투수에게 맡겨야겠다”며 웃었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 한화 제공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 한화 제공

최근에는 ‘서클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이 화제다. 송 코치의 처방에 따라 휠러와 김재영이 체인지업을, 송은범이 투심을 장착했는데, 이들이 ‘환골탈태’급 성적을 내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 송 코치는 현역 시절 오른쪽 타자 바깥쪽에서 제구되는 체인지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실제로 올해 한화 투수들은 포크볼 보다 원을 그리듯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 포크볼은 일본에서 유행하는 구종이고, 체인지업은 미국 투수들이 선호한다. 포크볼은 타자를 속여 헛스윙을 유도하지만, 체인지업은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낼 수도 있고 스트라이크를 던져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오는 구종이라는게 송 코치의 설명이다. 송 코치는 “어느 것이 낫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헛스윙을 유도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지) 투수의 선택지가 많은 체인지업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투수 성향에 따라 무엇을 장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투심에 대해서는 “투수가 꼭 던져야 할 공”이라고 강조했다. 송 코치는 “현대 야구에선 단순히 빠른 공(포심) 만으로는 타자를 이길 수 없다”면서 “타자 몸 쪽으로 파고 드는 투심을 마음 먹은 대로 던질 수 있어야 땅볼 및 병살을 유도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송 코치는 “시즌은 길고 남은 경기는 많다”면서 “야구선수, 특히 투수는 좋고 나쁜 사이클을 최소 한번쯤 겪는 만큼 컨디션 유지에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8월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코치는 “아시안 게임까지만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이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승부처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17일에도 KT를 5-3으로 꺾고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대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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