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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찬반논쟁 "역사적 교훈으로" vs "얻을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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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찬반논쟁 "역사적 교훈으로" vs "얻을게 뭐 있나"

입력
2014.1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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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된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구호가 적힌 풍선을 들고 앉아 있다. 이날 대책위는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양할 때까지 세월호 범대본이 팽목항에서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도=연합뉴스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된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구호가 적힌 풍선을 들고 앉아 있다. 이날 대책위는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양할 때까지 세월호 범대본이 팽목항에서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도=연합뉴스

7개월째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인양 여부를 판단하려면 우리 사회에 미친 참사의 여파를 두루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6,825톤급 세월호의 인양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1,000억여원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불가능하거나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결국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얻을 가치를 선택하는 문제다. 다음과 같은 찬반 논리를 따져봐야 한다.

찬성①실종자 끝까지 찾자

지금 세월호 인양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주체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다. 마지막까지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선체 안에 없다는 것이라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손에 잡히는 인양의 명분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 측은 18일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인양은 실종자를 찾는 수색의 다른 방법 중 하나이자 진상 규명을 위한 중대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고 윤민지양의 아버지는 “세월호를 인양해서 (실종자들이) 배 속에 없는 건지, 있는 데도 못 찾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며 “시신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뼈라도 보고 싶으니 반드시 인양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찬성②정부 신뢰 되찾자

인양해도 실종자를 못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가 끝까지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인양은) 대형 사고ㆍ재난을 당했을 때 국가가 국민에게 어디까지 최선을 다하는지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인양을 포기하면 국가가 쉽게 국민을 포기한다는 불안감을 자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찬성③사고원인 규명하자

인양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사고 원인 규명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불법 선박 증개축, 기계적 결함, 화물 과적,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법의학적 분석 등을 선체를 물 밖으로 건져냄으로써 살펴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원종석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박사는 “가능한 모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인양을 해야 한다”며 “원인 규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재정립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200일 넘게 물 속에 잠겨있던 선박은 일부 부식과 붕괴가 시작됐고, 인양 과정에서 훼손될 여지가 있어 원인 규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찬성④역사적 교훈 삼아야

참사가 갖는 의미를 역사적 교훈으로 새기기 위해서라도 세월호를 인양해 보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세월호 사건은 선진국을 지향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던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등한시했던 ‘안전’이라는 화두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고, 이를 기억하고 반성할 기념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정지범 박사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불에 탄 물품보관함을 전시하고 안전테마파크를 조성해 당시 상황을 체험하는 등 지하철 안전에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며 “세월호도 (두고 보면서) 안전한 나라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①사실상 얻을 게 없다

인양을 한다 해도 실종자 수색이나 사고 원인 규명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굳이 인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첫번째 반대 논리다. 세월호를 그냥 두어도 해당 항로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한 해운업계 종사자는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은 주 해로가 아니라 보조 해로인 데다 수심이 50m로 깊어 선박 항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오일 등 오염물질만 제거하고 그대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신체 일부라도 건져 봉분을 만드는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실종자 수색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맞선다.

반대②비용 더 늘어날 것이다

인양작업의 불확실성 때문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에서 인양에 1,000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하고, 3,000억원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3,000억원의 구체적 근거는 없지만 인양이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고 늘어지면 비용은 그만큼 불어난다. 인양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은 애초에 인양 설계를 제대로 할 업체를 선정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데에 달려있다.

반대③추가 사고 우려된다

인양작업 도중 추가 사고 우려도 상존한다. 잠수부가 세월호 선체에 크레인 와이어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실종자 수색작업 때와 마찬가지로 잠수부가 추가로 희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희생자가 늘어나면 또 다른 사회적 비극과 갈등을 초래하는 셈이 된다.

반대④수장해도 기념관 만들 수 있다

세월호를 수장한 채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폭격을 받아 침몰해 1,000여명이 사망한 미국 USS애리조나 전함을 인양하지 않고 사고 해역에 기념관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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