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처리하려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의외의 복병을 만나 무산됐다. 여야가 팽팽히 대치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장기표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당초 여야 합의로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실무기구가 합의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국회 규칙에 명기하느냐는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처리가 유예됐다.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는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생기는 재정절감분을 활용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서명한 최종 합의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데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로서는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논의가 시작도 안 된 마당에 벌써 결론부터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실무 기구의 합의대로 50%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 있다.
여야 지도부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본회의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합의는 살아있다”면서 “부칙이니 뭐니 다른 것을 자꾸 들고 오는 것은 신사답지 못하며 기존 합의만 갖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면서 “여야 대표가 모여 추인하며 책임지겠다고 국민 앞에서 보증한 내용을 오로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뒤집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갈등뿐 아니라 당청갈등까지 겹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문제는 최대한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함에 따라 여당 내부 기류도 계파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이 7일 신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간 협상 파트너가 교체된다는 점도 변수다.
여야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단체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시간이 흐를수록 풀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난제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은 올해 하반기로 밀릴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편을 위한 국회 특위와 사회적 기구를 가동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여야의 합의도 '공수표'로 끝날 수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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