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바마 돌풍 진원지인
민주 아이오와 당원대회 직전
“클린턴 이메일에 1급 비밀”
국무부 발표로 혼전 양상 더해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결전’을 앞두고 현지 표심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민주ㆍ공화 양당 모두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어떤 후보가 기선을 잡을지 섣불리 장담하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양당의 첫 후보 경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설 이메일’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선 레이스가 대혼전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31일 아이오와 주도(州都)인 디모인은 4년마다 찾아오는 코커스 열기로 뜨거웠다. 섭씨 4도로 평년 기온보다 높고 화창한 날씨 속에 인구 20만명 소도시의 디모인 국제공항은 각국에서 몰려드는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항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외국 기자들도 며칠 전부터 도착했으며, 코커스 당일(1일)에는 최대 3,000명 취재진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ㆍ공화 가리지 않고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표심도 엇갈리고 있었다. 양당 모두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과 거리가 먼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 의원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던아이오와대에 다닌다는 로저 홀링스워드(22)는 “우리가 트럼프를 뽑으면, 그는 이란이나 북한, 중국을 혼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성향의 한 여성은 미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등록금 철폐 ▦소득세율 90% 인상 ▦월스트리트 금융기관 폐쇄 등을 약속한 샌더스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기존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힐러리는 경륜 있는 지도자”라며 “뉴욕타임스가 지지 선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당파이지만 공화당 성향이라고 밝힌 50대 중년의 백인 여성 마리아 틴호프씨는 “트럼프는 품격이 없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망신”이라고 말했다.
막판에 불거진 힐러리의 이메일 변수는 판세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 국무부가 29일 힐러리의 국무장관 재임 중 개인 이메일에서 '1급 비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도리어 “정보기관이 벌써부터 공화당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공화당과 힐러리의 경쟁자인 샌더스 진영에서는 ‘힐러리 기소’를 주장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ㆍ공화당 모두 선두권에서 피말리는 접전이 계속되면서 날씨와 투표율 등도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당초 예상됐던 눈 폭풍이 코커스가 종료된 2일 새벽 이후로 예보됐다”며 “아웃사이더 돌풍으로 유권자 관심이 높아졌고 각 후보의 참여 독려가 맞물릴 경우 역대 최고 참여율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 주는 공화ㆍ민주당 유권자 명부에 각각 30만명 가량이 등록되어 있으나, 오바마 열기로 뜨거웠던 2008년(민주당 39%)을 제외하면 평균 참가율은 4분의1~5분의1 수준이다. 양당 모두 1일 밤7시(우리 시간 2일 오전10시)부터 전당대회를 시작하며 결과는 9시쯤(우리는 2일 낮12시) 나온다.
디모인(아이오와)=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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