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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ㆍ음주운전 물의' 연예인이 살아남는 이유

입력
2016.03.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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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오시면 좋으리’에 출연했던 김용만.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MBN ‘오시면 좋으리’에 출연했던 김용만.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불법ㆍ해외원정 도박, 음주운전, 여성 비하 발언 등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보며 과연 활짝 웃을 수 있는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물의 연예인들이 복귀한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되거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불법 도박 혐의로 3년여 만에 복귀한 김용만은 OtvN ‘쓸모 있는 남자들’에 출연했지만 폐지되는 설움을 겪었고, MBN ‘오시면 좋으리’도 방송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다음달 방송되는 tvN ‘렛미홈’의 MC로 발탁됐지만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역시 불법 도박으로 잠시 방송을 떠났던 이수근의 경우 출연 프로그램 XTM ‘타임아웃’과 ‘닭치고 서핑’이 연이어 폐지됐고, 강호동과 함께 출연 중인 JTBC ‘아는 형님’의 평균시청률은 1.5%(닐슨코리아 집계)에 불과하다. 같은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과 ‘냉장고를 부탁해’가 3~5%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노홍철도 tvN ‘내 방의 품격’에서 특유의 무한 긍정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으나 활약이 예전만 못하다.

시청자들의 마음은 물의 연예인들로부터 떠났는데도 해당 연예인들은 별다른 장애 없이 복귀한 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도 프로그램 출연을 이어간다. 국내 방송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기현상이다. 방송가의 불감증과 연예기획사의 입김이 합작해낸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물의’에 무감각한 방송가 불감증

지난 2013년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돼 활동을 중단했던 탁재훈이 이달 케이블채널 Mnet의 ‘음악의 신2’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방송가는 술렁였다. ‘오랜 자숙 기간 동안 급변화한 방송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과 ‘드디어 방송의 귀재가 돌아왔다’는 반가움이 각각 나오고 있다. 각 방송사의 예능국은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탁재훈은 불법 도박과 음주운전, 마약흡입 등의 물의를 일으키고 방송을 떠난 여러 예능 MC들의 빈 자리를 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이달 중 Mnet ‘음악의 신2’로 복귀하는 탁재훈. CJ E&M 제공
이달 중 Mnet ‘음악의 신2’로 복귀하는 탁재훈. CJ E&M 제공

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어느 PD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한꺼번에 활동을 중단하면서 현실적으로 방송에 투입할 만한 MC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탁재훈의 복귀를 반겼다. 탁재훈의 복귀는 그와 함께 듀오 컨츄리꼬꼬로 활동하다 해외원정 도박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신정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에 머물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정환은 2~3년 전부터 방송에 복귀할 것이라 소문이 나돌았다. 한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는 “탁재훈의 방송 출연은 어쩌면 신정환의 복귀 시기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4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장동민도 방송가의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동민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 숙여 사과한 뒤 곧바로 tvN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출연 중이던 JTBC ‘크라임 씬2’과 KBS2 ‘나를 돌아봐’에도 당당히 얼굴을 비추었다. 대중의 시선이 차가워지자 결국 장동민은 ‘나를 돌아봐’만 하차했다. 장동민이 출연했던 한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음주운전이나 도박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오히려 장동민을 두둔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경남씨는 “예능 MC계에 안정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은 게 방송가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관대한 이유”라며 “시청률, 광고 판매와 직결된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방송사는 (당장 눈앞의)실리를 더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tvN ‘내 방의 품격’출연 중인 노홍철(오른쪽 두 번째). CJ E&M 제공
tvN ‘내 방의 품격’출연 중인 노홍철(오른쪽 두 번째). CJ E&M 제공

제작까지 하는 연예기획사 입김도 한몫

예전보다 몸집을 키워 방송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대상이 된 연예기획사의 입김도 물의 연예인들의 복귀와 지속적인 출연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한다.

탈세혐의로 일명 ‘잠정 은퇴’를 선언한 뒤 지난 2012년 방송가에 돌아온 강호동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2 ‘우리동네 예체능’(예체능)이다. ‘예체능’은 강호동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SM C&C가 제작하고 있다. SM C&C는 2012년 강호동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뒤 2013년엔 외주제작사 (주)훈미디어와 합병해 ‘예체능’을 제작하고 있다. 대중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할 강호동이 방송 복귀 초반부터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연예기획사 코엔스타즈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향한다. 이경규와 이휘재 이경실 장동민 유상무 김숙 장도연 현영 붐 신봉선 등 60여명의 연예인을 거느린 코엔스타즈는 외주제작의 강자이기도 하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를 돌아봐’,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님과 함께), ‘유자식 상팔자’, tvN ‘예림이네 만물트럭’, OtvN 드라마톡 ‘금지된 사랑’ 등 여러 인기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장동민은 지난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도 KBS2 ‘나를 돌아봐’에 출연했다가 하차했다. KBS 제공
장동민은 지난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도 KBS2 ‘나를 돌아봐’에 출연했다가 하차했다. KBS 제공

제작하는 프로그램마다 소속 연예인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장동민의 경우 여성 비하 발언 뒤에도 다른 연예인처럼 자숙 기간도 없이 ‘나를 돌아봐’에 출연했고, 지난 15일 첫 방송된 ‘님과 함께’에는 연인인 가수 나비와 동반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님과 함께’에는 장동민뿐 아니라 신봉선과 장도연 박준금 등 코엔스타즈 연예인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남편의 성추행 혐의로 구설에 오른 이경실 역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자식 상팔자’의 출연을 강행했다. 장동민과 함께 도마에 올라 사과했던 유상무는 ‘금지된 사랑’에 출연 중이다. 소속사의 막강한 힘을 감지할 수 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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