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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다언어 다문화 아이들을 껴안을 수 있는 사회

입력
2017.05.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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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가 남긴 유명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당신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한다면, 그 말은 그 사람의 머리 속으로 갑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상대방의 언어로 말을 한다면, 그 말은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갑니다(If you talk to a man in a language he understands, that goes to his head. If you talk to him in his language, that goes to his heart).” 타인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강조한 말이다. 엊그제 학회 참석차 잠시 스페인에 왔는데, 공항에서 출입국 직원이 나에게 한국인인지 물어보고는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갈 때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했다. 이 두 마디 때문에 스페인에 대해 참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동시에 나도 영어면 다 통하겠지 하는 마음을 접고, 스페인어를 몇 마디라도 공부해서 있는 동안 스페인 사람들과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입국 직원의 작은 배려가 나의 마음을 연 것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던 1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다언어, 다문화 사회와 좀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외국의 언어와 문화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위치에 있다.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고, 혹은 가정을 꾸리며 더불어 살아간다. 2016년 교육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수는 지난해보다도 20.2% 증가한 9만 9,186명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에서 부모 대개 엄마의 국적은 베트남이 24.2%, 중국 21.3%, 일본 13%, 필리핀 12.6% 순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이 언어들에 관심을 갖고, 알고 배우고자 하는가? 안타깝게도 이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도 많이 당한다고 한다. 대개 이 아이들은 엄마의 언어를 모른 채, 아빠의 언어인 한국어만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왕따와 같은 문제를 당해도 엄마와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웃들이 한국어를 배우기만 강요하지, 우리도 그들의 말과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영어에 대한 우리의 거의 사대적인 자세하고는 또 다르다.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언어와 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의 다문화 아이들은 우리의 골칫거리도 아니고,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도 아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가 잘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어야 할 우리 아이들이다. 영어만 강조하는 우리의 초등학교에서 이미 오래 전 우리의 이웃이 된 동남 아시아나 중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가르쳐 주는 시간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를 통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의 엄마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해 줄 수 있게 말이다. 다른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것이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이며, 서로의 열린 마음과 배려를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내가 모여 더 강한 우리가 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다언어, 다문화 세대에서의 참된 문화강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케어 옥스퍼드대 한국학ㆍ언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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