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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니었어? 전자화폐 '최선진국'인 의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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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니었어? 전자화폐 '최선진국'인 의외의 나라

입력
2018.05.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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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기독교인들이 7월 30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선거의 평화로운 진행을 기원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케냐 기독교인들이 7월 30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선거의 평화로운 진행을 기원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현금없는 사회' 최선진국은 어디일까.

중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는 의외로 아프리카의 케냐다. 케냐에서는 월급을 은행 계좌로 받지 않고 전자메일 받듯 휴대전화를 통해 전자화폐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케냐가 전자화폐 선진국이 된 배경은 역설적으로 은행 서비스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서비스 체제가 갖춰지기 전에 '한 단계 뛰어넘는' 형태로 전자화폐가 보급됐다.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서비스가 상식이 된 전자화폐 선진국 케냐가 금융혁신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케냐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90% 이상이다. 성인은 누구나 갖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에 충전해 쓰는 케냐의 전자화폐 거래액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으며 인구의 60%가 이용한다.

뒤늦게 전자화폐의 가능성에 주목한 세계적 기업들이 다투어 현지시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유수의 통신기업 화웨이(華爲)가 2015년 케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전자화폐 'M페사' 운영사인 사파리컴과 제휴, 통신속도 안정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협력에 나선 것을 비롯, 2016년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현지를 방문했다.

작년 7월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을 이끄는 마윈(馬雲)회장도 케냐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케냐를 세계적 금융혁신(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중요 국가로 보고 있다.

케냐에서는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을 낼 때는 물론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과 집세를 지불할 때도 전자화폐로 낼 수 있다.

일본 NHK가 14일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는 수도 나이로비 시내 주차장에서 관리인으로부터 주차료를 전자화폐로 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현금은 사절이었다고 한다. 나이로비 시민들은 "월급도 전자화폐로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케냐에는 모두 5종류의 전자화폐가 있다. 현지 유력 통신사인 사파리컴이 운영하는 'M 페사' 이용자가 가장 많다. M은 휴대전화 등의 '모바일', '페사'는 현지 스와힐리어로 '돈'을 의미한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휴대전화를 지갑 대신으로 쓴다. 자신의 번호에 돈을 충전하면 된다. 충전한 돈을 메일을 보내듯 주고받는다. 충전방법은 각지에 있는 가게 등 대리점에서 현금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M페사 이용자는 케냐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2천700만명, 거래액은 GDP의 절반 이상이다. 케냐에서 은행계좌를 가진 사람은 인구의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의 서비스 체제 미비가 전자화폐 보급을 앞당긴 셈이다.

도시에서 일하는 지방출신 노동자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게 큰 골칫거리이던 차에 10여 년 전 휴대전화를 이용한 송금시스템이 개발되자 일거에 전자화폐 보급이 확산했다.

처음에는 메일로 상대에게 송금하면 점포 등에서 현금으로 수령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지금은 현금화하지 않고 전자화폐로 주고받는다. 송금은 물론 물건을 사거나 지인과의 금전대차 등 생활의 모든 거래에 쓸 수 있게 됐다.

전자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1년 시작된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전기를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운영회사는 각 가정에 소형 태양광 패널과 전등이 연결된 장치를 설치해 준다. 하루 500 원 정도의 이용요금은 전자화폐로 받는다. 요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원격조작으로 설비가동을 중단한다. 매일 소액밖에 낼 수 없는 빈곤층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돼 요즘은 케냐뿐만 아니라 동아프리카 50만 가구에 보급됐다.

회사 측에서도 각 가정을 돌면서 요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모두 전자화폐 보급으로 가능해진 서비스다.

전자화폐로 일용품과 가전제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숍에서도 작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3천곳이 넘는 소매점과 제휴해 상품을 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한다. 온라인숍 관계자는 "케냐인에게 휴대전화는 주머니 속에 은행을 넣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자화폐 확산을 국가 재정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전자화폐로 결제하는 '개인대상 국채'를 발행해 일반 국민에게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리는 연리 10%로 대략 3만원 짜리부터 구입할 수 있다. 국채를 산 20세의 한 대학생은 "간단하고 손쉬운 최고의 투자"라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 미국 페이스북, 중국 알리바바에 이어 일본도 뒤늦게나마 케냐의 전자화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지난 2월 2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로 케냐 전자화폐 기업 시찰단을 구성, 현지 견학을 실시했다. 참가자의 한 사람은 "이런 금융서비스가 앞으로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M페사 운영사인 사파리컴 간부인 조셉 오구투는 "금융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사업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

M페사는 이미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10여개국이 이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아직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이 2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케냐에서 시작된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현금없는 사회의 물결이 어디까지 확산할지가 격변하는 금융서비스 장래를 점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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