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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자수정 광산 변신의 교훈

입력
2017.07.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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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덴마크의 유명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방한강연에서 했던 이야기다. 그는 미래에는 스토리를 파는 경험경제가 중요해질 거라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핀란드 북부지방에 마지막 남은 자수정 광산이 있는데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값싼 노동력으로 운영되는 브라질 자수정 광산에 비하면 경쟁력이 없어 위기를 맞는다. 이 자수정 광산은 변신을 시도한다. 테마파크로 리모델링해 방문객들에게 자수정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들려주고 장비를 나눠준 후 자수정 원석 캐기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광산부흥에 성공한다. 램피바라(Lampivaara) 자수정 광산 이야기다. 체험을 상품으로 제공하고 자수정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면 방문객들은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문화산업이다. 스토리와 체험은 문화산업에서 부가가치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핀란드 자수정 광산 사례에서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똑같이 힘을 쓰고 땀을 흘리면서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자신의 근력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활동을 한다. 곡괭이로 자수정을 캐는 광부는 노동을 하는 것이고, 곡괭이로 자수정 캐기 체험을 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힘을 쓰고 땀을 흘리면서도 오히려 돈을 지불한다. 같은 행위라도 노동을 할 때는 힘들지만 레저를 할 때는 즐겁다.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레저는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목적이 달라지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같은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목적이 관광이냐 여행이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보통 관광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짧은 기간 안에 랜드마크를 관람하고 맛집을 탐방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쇼핑을 하는 등 경제적으로 소비활동을 한다. 하지만 여행은 관광과는 달리 정해진 일정 없이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경우가 많다. 산책이나 탐험을 하고 현지인들과 대화도 나누고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며 사색하기도 한다. 자수정 캐기 노동과 체험, 관광과 여행은 큰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폐광 위기에 처한 핀란드 자수정 광산은 창의적 발상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탄광의 채산성이 떨어지면 보통은 임금을 낮추고 인력감원을 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아니면 자수정 가격을 올리는 등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기존의 생각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자수정 광산이 1차 산업, 광업이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것이다. 광산을 테마파크로 바꿈으로써 광업은 문화산업으로 변신했고, 자수정 캐기는 노동에서 레저로 바뀔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문화적 가치의 힘이다. 경제 프레임으로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문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서 블루오션을 발견해 낸 것이다. 경제산업만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자수정 테마파크에서 부가가치는 색다른 체험과 자수정에 얽힌 스토리 등 문화적 가치로부터 나온다. 방문객들은 자수정 캐기 체험을 일생 동안 아름다운 추억의 스토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내걸었던 슬로건은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였다. 같은 행위에 다른 가치와 목적을 부여하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각을 전환하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일 수 있다. 경제가 벽에 부딪쳤을 때 문화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의외의 기발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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