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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들어질 텐데… 벌써 대북 인도지원 눈치 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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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들어질 텐데… 벌써 대북 인도지원 눈치 보는 정부

입력
2017.11.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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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뒤 두 달 넘게 국제기구 공여 보류

원칙ㆍ시급성과 대북여론 사이서 딜레마

조만간 인도지원에도 압박 여파 미칠 듯

“정권 초에 못하면 남북 신뢰 구축 난망”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국제기구를 통한 90억원 규모의 인도적 대북 지원 방침을 정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정부가 아직도 이행을 망설이고 있다. 갈수록 강해지는 국제사회 대북 압박의 여파가 조만간 인도 지원에도 미칠 조짐이어서 눈치 보다 아예 기회를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전날 방한한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만나 아동ㆍ임산부 등 북한 취약 계층의 열악한 영양 실태와 WFP의 대북 영양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WFP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비슬리 총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결정한 450만달러 규모의 WFP 공여 계획을 조속히 집행해달라고 요청했고 조 장관은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결정한 건 이미 두 달 전이다. 정부는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WFP의 아동ㆍ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 제공 사업에 450만달러,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아동ㆍ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지원 사업에 350만달러를 각각 공여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조 장관은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북한 취약 계층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결 당시 공여 보류의 핵심 이유로 꼽혔던 국제기구와의 실무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됐는데도 두 달여가 지나도록 여전히 공여금은 국제기구에 건네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전반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 적절한 시점에 공여하겠다”는 입장 표명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원칙의 관철을 주저하는 건 북한의 핵 폭주로 악화한 국내외 대북 여론을 의식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지원의 시급성과 함께 상황의 엄중성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라며 “인도주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타이밍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지원이 유엔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문제는 중국의 대북 특사가 별 소득 없이 빈손으로 귀국하고 곧바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당장 지원 여건이 더 험악해질 게 뻔하다는 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미 무기 수출과 무역이 국제 제재를 통해 중단된 상태여서 남은 압박 수단은 사실상 인도적 대외 원조 제한뿐”이라며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조만간 미국이 국제기구와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70% 안팎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이 향후 떨어지게 되면 보혁 양쪽 유권자 눈치를 다 보느라 대북 지원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소식통은 “힘 좋은 정권 초에 고작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조차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남북 간의 신뢰 구축은 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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