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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vs 중국 미묘한 구도... 한국, 고도의 외교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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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vs 중국 미묘한 구도... 한국, 고도의 외교전략 필요

입력
2016.0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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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이 긴장과 협력 관계로 얽혀 있는 한국ㆍ미국ㆍ중국ㆍ일본 간 동북아 외교 지형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중일 3강 사이에서 고도의 외교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북핵 실험 이전까지 미일은 중국 견제와 북한 억지(抑止)를 위해 노골적으로 밀착했고,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에 여전히 비중을 두면서 중국에도 공을 들였다. 미중 사이의 이른바 ‘주도적 균형외교’ 노선이었다. 특히 한중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열경열(政熱經熱ㆍ경제 뿐 아니라 정치 분야까지 협력이 뜨겁다)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이 북한문제에 공조하며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과 기대도 이어졌다. 이에 미국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면서 일본과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 동북아 외교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6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 같은 동북아의 지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고강도 대북 제재를 고리로 한미일 3국은 안보ㆍ군사 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거리를 둔 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응징을 결의한 것은 강화된 한미일 3국 공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일 간 일본 위안부 문제 협상이 타결돼 한미일 공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데다, 미국이 한중 사이 틈을 노리고 있는 터였다. 반면 한중의 외교장관ㆍ6자회담 수석대표는 하루 늦은 8일 전화통화에 나서는 등 양국 외교채널은 한발 늦게 가동됐고, 중국은 북핵 불용ㆍ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이전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물론 당장 한미일 대 중국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거나, 한중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기에는 성급할 수 있다. 중국은 외교 문제에 느리게 움직이는 속성이 있는 데다, 핵실험 이후 대북 기조에 대해선 아직 내부 조율 중인 단계에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최종 선택이 무엇이든, 이번 북핵 사태 속에서 한국이 한미일 3각 공조에 무게를 싣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는 우려도 공통적으로 제기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적극적 역할 없이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폐쇄경제인 북한에 국제사회가 가할 수 있는 제재는 한계가 있는 반면, 2010년 5ㆍ24 조치 이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절대적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칼자루를 쥔 쪽은 중국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한미일 밀착이 중국을 자극해 북한 억지에 차질을 빚고 자칫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훈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너무 강력한 한미일 대북 공조나 군사 협력은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중국에 대한 전략적 고려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도 “이런 때일수록 한미ㆍ한중 관계를 병행 발전시키도록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한미ㆍ한중ㆍ한미일ㆍ한중일 관계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대북 제재는 북한의 추가 반발로 이어져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가 반복됐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지금 동북아 외교구도에서 한미일 공조는 불가피하지만 한반도 긴장국면을 완화할 당사자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를 한반도 평화에 맞춘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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