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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한 베트남 쌀국수, 호찌민서 자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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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한 베트남 쌀국수, 호찌민서 자랑하고 싶어요”

입력
2017.08.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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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베트남 쌀국수 식당 권혁대∙한송희 부부

경북 예천군 상설시장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혁대 한송희 부부.
경북 예천군 상설시장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혁대 한송희 부부.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참가해 한국에서 ‘잘나가는’ 베트남 쌀국수를 자랑하고 싶어요.”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혁대(48)씨와 베트남 출신 아내 한송희(38)씨는 누구보다 호찌민-경주문화엑스포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엑스포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쌀국수를 선보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부부는 1년 전 경주문화엑스포가 호찌민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베트남 등 3국의 쌀국수 대결(?)을 펼쳐 보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 대표는 바로 권씨 부부다. 미국 대표는 예천까지 와서 한씨에게 쌀국수 요리비법을 전수해준 베트남의 친척이다. 이 친척은 미국에서 쌀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주방도구와 식재료를 가지고 엑스포 행사장에 가 부스를 차린 뒤 손님들에게 맛을 평가 받기로 했다. 베트남 대표는 현지에 있는 쌀국수 식당 주인들이 되는 셈이다.

권씨는 “똑 같은 베트남 쌀국수지만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현지인 입맛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런 쌀국수에 베트남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엑스포 행사를 의미 있게 만들 이벤트로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부인 한씨다. 11월이면 아기가 태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는다. 권씨는 “아내나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면 이벤트를 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아기를 데리고 음식을 하고 손님을 맞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인력이 지원되는 등 아내에게 큰 무리가 없다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 부부는 시장 내에 ‘다양한 세상’이란 상호를 걸고 영업하고 있다. 베트남 국기도 걸려있다. 50㎡ 남짓한 식당에는 4인용 식탁 5개가 놓여 있다.

이들 부부의 쌀국수가 현지 음식과 다른 점은 육수에 있다. 소뼈와 닭뼈(또는 닭발)를 우려 낸 국물과 소고기 닭고기를 삶아 낸 국물을 섞어 사용하는 것은 같다. 차이점은 베트남은 끓인 걸 그대로 쓰는데 반해 권 씨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향신료를 어린이 일반인 노약자 등으로 나눠 적절히 넣고 야채 등 재료를 국내산으로 쓰다 보니 베트남과 다른 맛이 난다. 향이 덜하고 시원하며 구수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권씨는 손님 중 예천 사람이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베트남에 다녀왔거나 소문을 듣고 안동, 영주 등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프랜차이즈 전문점보다 훨씬 맛있다’고 칭찬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권씨 부부는 2004년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한씨는 결혼과 함께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곧 셋째 아들이 태어난다. 한씨는 “수입이 짭짤하지만 더 많이 벌어 고향에 조그마한 도서관을 지어주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 셋이 커서 공무원 외교관 사업가가 됐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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