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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피플]윤상진 하이트진로 품질관리팀장“취해야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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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피플]윤상진 하이트진로 품질관리팀장“취해야만 삽니다”

입력
2017.04.0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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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진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품질관리팀장이 실험실에서 맥주 거품의 생성과 유지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윤상진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품질관리팀장이 실험실에서 맥주 거품의 생성과 유지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취해야만 산다”고 했다. 알코올 중독자는 아니었지만 맨 정신으로 지낸 시간 보단 술기운에 보낸 세월이 많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출근과 함께 시작되는 업무도 술 마시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회사에서 보낸 시간만 올해로 무려 20년이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맥주 맛을 책임지고 있는 윤상진(47) 품질관리 팀장 얘기다.

“맥주는 생물입니다. 주원료 중의 하나인 효모는 온도나 습도 등을 포함한 주변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요. 수시로 살펴봐야 할 수 밖에 없어요.”

6일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만난 윤 팀장은 “맥주는 세세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했다. 윤 팀장이 맥주의 생산 공정 전,후와 출하 직전 등의 단계에서 직접 맥주 시음에 나서는 이유다. 그의 맥주 품질 검증 단계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컵에 담긴 맥주의 색깔을 확인한 다음, 컵을 흔들어 새어 나오는 냄새로 상태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시면서 목넘김의 부드러운 정도까지 파악한다. 그가 이런 과정을 통해 20년 동안 매일 마신 주량은 일일 평균 맥주 5병. 윤 팀장은 “좋은 등급의 맥주는 과일향이나 쌉쌀한 호프향이 뒤섞여 나는 게 좋다”며 “100% 보리로 만든 올몰트 맥주는 황금색을, 보리 이외에 옥수수나 밀, 쌀 등의 곡물을 사용한 비올몰트 맥주는 밝은 노란색을 띠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선 연간 최대 65만킬로리터(KL)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선 연간 최대 65만킬로리터(KL)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윤 팀장은 하이트맥주 심장부인 강원공장의 산증인이다. 1997년8월, 준공 당시부터 동양 최대규모로 설립된 강원공장에서 현재까지 배출해 낸 맥주는 하이트와 맥스, 프라임 등을 포함해 내수용 10종 및 수출용 50여종을 더한 60여종에 달한다. 전주와 마산공장을 제외한 하이트진로에서 나오는 전체 맥주의 약 70%를 이 곳에서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 공장에서 생산한 누적 맥주는 209억병으로, 초당 33병이 팔려 나간 셈이다.

지금은 강원공장의 ‘주당’으로 통하지만, 윤 팀장이 걸어온 길은 쉽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술이 약하기로 소문났던 그가 맥주회사에서 매일 술을 마시면서 지내야 하는 생활이 순조로울 순 없었다.

하지만 입사 초부터 ‘품질관리’ 업무 지령까지 받아 든 그는 어떤 형태로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루에 5번 가량의 맥주 시음 중간에 짬을 내서 공장 주변을 무조건 걸었어요. 그렇게 걷다 보니, 오전 중에 1만보는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술을 깨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52만8,925㎡(약 16만평)규모의 공장 내부 산책로를 체력 단련의 장으로 삼았던 셈이다.

지난 1997년 8월 강원도 홍천에 설립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현재까지 누적 맥주 209억병을 생산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지난 1997년 8월 강원도 홍천에 설립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현재까지 누적 맥주 209억병을 생산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그렇게 강원공장과 함께 20년을 보냈지만 아쉬운 부분도 남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에서 ‘넘버2’에 머물고 있는 하이트맥주를 1위 자리에 올려 놓는 것이다. 내수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는 수입 맥주에 대해 갖춰야 할 경쟁력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식품기술사 자격증을 취득(2003년12월)한 그가 지난해 5월 포장기술사 자격증까지 획득한 것도 강원공장과 남몰래 한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 글로벌 맥주를 반드시 강원공장에서 내놓을 겁니다. 이젠 우리도 맥주 한류 대열에 합류할 때가 됐으니까요.” 그의 눈높이는 이미 세계 시장으로 향해 갔다. 홍천=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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