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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강골’의 화려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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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강골’의 화려한 컴백

입력
2017.05.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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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에 검사 늦깎이 임용

대검 중수부 등 특수통 경력

기수 파괴 인사로 검찰 ‘넘버 2’에

노무현정부 땐 안희정ㆍ강금원 구속

MB정권 BBK 특검에도 파견

국정원 사건 조사하다 징계도

문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 적임자”

검찰 개혁 핵심 맡기겠단 의지 보여

윤석열 “벅찬 자리… 많이 도와달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윗선의 부당 압박을 폭로했다가 좌천된 ‘강골 칼잡이’. 박근혜 정부에서 ‘관운’이 다한 줄 여겨진 ‘특수통’ 검사가 새 정부에서 검찰 내 ‘넘버2’ 핵심 요직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윤석열(57ㆍ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다. 검찰 조직이 할 말을 잃을 정도의 ‘기수 파괴’(전임 지검장보다 다섯 기수 후배) 인사로 발탁된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한 활시위를 한껏 당겼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적폐 청산’의 타깃이 된 검찰 조직에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는 예고인 셈이다.

윤 검사는 서른 넷에 검찰에 발을 들인 ‘늦깎이’ 검사지만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ㆍ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부 검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때 안희정 충남지사와 ‘친노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등 친노 인사들과도 악연이 있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주가조작’ 사건을 맡은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돼 수사하기도 했다.

자신의 ‘강골’ 기질을 여실히 보여준 계기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이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상부 허가도 없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그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여기서 “검찰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반골’로 찍혀 한직인 대구ㆍ대전고검으로 쫓겨난 그는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사건 수사 지휘봉을 잡은 박영수 특별검사의 ‘영입 1호’로 수사팀장을 맡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국정농단 사건 추가수사나 공소유지도 빈틈 없이 이뤄지게 됐다. 청와대는 특검에서 검찰로 넘어온 수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고, 특검은 인력 부족으로 공소유지에 고충을 호소해 왔다. 그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수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는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검찰의 가장 중요 현안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확실히 해낼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그간 서울중앙지검장에 고검장을 보임해 온 관행을 깨고 검사장 직급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 부분을 그에게 맡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윤 검사는 이날 “갑자기 너무 벅찬 직책을 맡게 돼 깊이 고민을 좀 해보겠다, 어떻게 잘할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 전 수석ㆍ정윤회 문건 재수사에 대해선 “제가 말씀 드리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윤 검사는 수사 실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선후배 검사들과의 관계도 대체로 원만하고, 통솔력도 있다는 평을 받지만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신참’ 수장으로서 조직을 온전히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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