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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철거할 건물이라서? 안전 관리 손놓은 건물주,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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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철거할 건물이라서? 안전 관리 손놓은 건물주,구청

입력
2018.06.04 17: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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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비구역 미철거 건물 309개

건물주, 균열 생겨도 유지보수 소홀

관할 구청도 조치 않고 소극적 대응

용산 상가 붕괴 원인 못 찾았지만

인근 공사장 진동 영향 가능성

경찰, 소방당국 등 합동 감식단이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상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경찰, 소방당국 등 합동 감식단이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상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3일 발생한 서울 용산 상가 건물 붕괴 사고로,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정비구역 내 노후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철거가 예정된 건물이다 보니 1차적 책임이 있는 건물주들이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았다. 여기에 관리 감독해야 할 관할 구청마저 사유 재산이라는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온 관행이 대형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뒤늦게 시내 정비구역 노후 건축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4일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택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 인가 전이라 아직 철거를 하지 못한 건축물은 총 309개다. 이중에서 전날 붕괴 사고가 난 용산 건물처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은 건물은 182개에 달한다. 이번에 무너진 건물 일대도 2006년 4월 ‘국제빌딩 주변 제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로 지정됐지만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12년째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는 이처럼 철거가 예정되면, 건물주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건물 안전 관리에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의 경우에도 세입자들이 지난달부터 균열이나 외벽이 튀어나오는 현상을 목격했지만 건물주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무너진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A씨는 “집 주인도 건물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구청에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 규모라면 건물주가 부담해야 할 안전 점검 비용은 통상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관할 구청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긴 마찬가지였다. 용산구에 따르면 지난달 9일 A씨가 구에 이메일로 민원을 넣었고 다음날인 10일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건물주, 세입자와 함께 건물을 둘러봤다. 하지만 ‘잘 좀 관리해 달라’는 말 외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건축법상 정기 점검 대상도 아니었다. 이에 따르면 연면적 합계 3,000㎡ 이상의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는 사용승인일 기준으로 10년이 경과한 날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정기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사용승인일 1966년 1월 26일)은 연면적 301.49㎡의 근린생활시설로 관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시는 부랴부랴 정비구역 내 건축물을 전수 점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사업 시행자가 건물 안전 관리 비용을 신청하면 심의를 통해 융자금을 지원하고, 조합 표준정관에 의무 조항을 신설해 철거할 건물이라도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노경래 시 도시활성화정책팀장은 “사유 재산이라도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구청장 직권으로 건물을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동 감식팀은 1차 현장 감식 결과 붕괴 원인은 알 수 없으나 폭발 또는 화재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붕괴 사고가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7일 별도로 2차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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