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검거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사진)에 대한 경찰 수사는 소요죄 적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이 한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엄정한 법집행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불법ㆍ폭력시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한 위원장 신병을 확보한 이날 오후부터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능팀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인력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위원장은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4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5월), 1차 민중총궐기 대회(11월) 등 9건의 집회에서 발생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인 적용 법률조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이다.
경찰은 특히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불법ㆍ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당시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고 청와대로 진격 투쟁 등을 지시한 정황 등을 바탕으로 형법상 소요죄(다중이 집합해 폭행과 협박 또는 손괴 등 행위)를 적용키로 내부 법리 검토를 마친 상태이다. 소요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반교통방해(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특수공무집행방해(징역 7년6월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3년 이상 징역)보다 형량이 더 중하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 등을 행사한다고 해도 그간 압수수색 과정을 통해 나온 증거와 관련 진술 등을 통해서 소요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소요죄 적용에 집중하는 이유는 상습적으로 불법ㆍ폭력시위를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늦어도 11일 오후쯤에는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요죄 적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요죄 적용이 정당한 집회와 시위까지 폭동으로 매도해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소요죄의 연원이라든지 제정 당시 논의를 보면 법질서를 완전히 훼손시키는 폭동에 준하는 상황 때 적용하는 혐의”라며 “하지만 1차 민중총궐기 대회는 광화문 일대 차벽 주변에서 일부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이 적용을 한다고 해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박 변호사는 “만약 소요죄 혐의로 한 위원장이 기소된다면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가장 최근 소요죄가 적용된 건 30년 전인 1986년 재야시민단체 등이 전두환 군사독재에 반대해 벌인 5ㆍ3 인천사태였다.
한 위원장에 대한 수사와 맞물려 민주노총을 겨냥한 경찰 수사의 강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출석요구서를 보냈던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이 계속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경찰버스에 방화를 시도하고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시위를 벌인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분회장 고모(53)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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