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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늘 그대로 파리" 테러 일주일뒤 파리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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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늘 그대로 파리" 테러 일주일뒤 파리 시민들

입력
2015.11.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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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한 카페 앞에 놓여진 꽃 아래로 하트가 그려져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20일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한 카페 앞에 놓여진 꽃 아래로 하트가 그려져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파리는 늘 그랬듯 파리일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가득 메운 꽃과 촛불들 사이로 20일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보인다. 이들의 입에서는 “레지스탕스(저항)여 영원하라”는 구호가 잇따라 흘러나온다. 파리 테러 현장 인근 리퍼블리크 광장의 와인 바를 찾은 한 남성은 “이곳은 내 부모가 살아온,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파리”라며 “폭력이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춤 추고 노래하던 몇몇 일행들이 그의 말에 잔을 높이 들어 올려 공감을 표했다.

테러로 얼룩진 지난 일주일여를 뒤로한 채 파리 시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21일 현지 방송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여전히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리 시민들은 카페와 식당, 공연장으로 나와 테러 이전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극단주의와 폭력에 저항하는 중이다.

13일 테러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공연장 인근 카페의 종업원은 20일 프랑스24에 “오늘 밤 꽤 많은 손님을 받았다”며 “모두가 그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오히려 파리 거리에 노래가 울려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타클랑 테러 이후 현장을 수습했던 한 의사 역시 영국 텔레그래프에 “사람들은 놀랍도록 침착한 상태”라면서 “슬픈 언어와 울음을 삼키며 웃음으로 삶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파리 10구와 11구 등 테러 현장에 남은 선명한 총격 자국은 당시를 떠올리게 했지만, 시민들은 희망에 찬 메시지를 작은 종이에 담아 그 상흔을 덮어 놓았다. 이들은 테러범에 대한 증오 보다는 ‘삶은 계속된다’ ‘두렵지 않다’ ‘파리는 마법으로 남을 것이다’ 등 의 구절로 현장을 채웠다.

총기 난사 테러가 벌어졌던 파리 10구의 카리용 식당 인근에서 헌화된 꽃들을 보던 학생 소피 가르송은 “내 이웃들을 앗아간 그 날의 잔상이 여전하다”면서도 “아직 불안하지만 우리는 이를 전쟁이라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가와 가수, 작가들은 거리에 나와 재능 기부를 통해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북돋았다. 이들은 일주일 전 테러가 시작됐던 시간인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리퍼블리크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줬다. 이들은 한 손에 촛불을 받아 든 시민의 또 다른 손을 붙잡고 “빛을, 그리고 소리를 내세요”라고 권유했다. 거리에서 피아노를 치던 연주자는 “테러 이후 종교와 신념을 뛰어 넘는 화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리퍼블리크 한 켠의 관광안내소 전광판에는 대중교통 정보나 뉴스 대신 ‘파리는 그대로 파리 입니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현지 주간지 드망쉬와 인터뷰에서 “파리 이웃들은 여전히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전처럼 생기 있고 관용적”이라고 밝혔다.

테러 발생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일었던 ‘나는 테러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 해시태크 물결은 ‘모두 술집으로 가자’(#TousAuBistrot), ‘파리는 축제’(#ParisEstUneFete)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 파리 시민은 트위터에 “파리의 정신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는 이 한 마디로 대답하겠다”며 “파리여, 다 같이 술집으로 가자”라는 글을 썼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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