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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반대” 서울고법 부장판사들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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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반대” 서울고법 부장판사들 결의

입력
2018.06.06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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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대우… 영향력 커 파장

‘형사조치 반대’ 첫 집단 목소리

소장파 중심 단독ㆍ배석 판사들은

“수사 요청 등 후속조치 촉구”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 엇갈려

김명수 대법원장 고민 깊어져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 관련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가정법원, 인천지법 등에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배우한 기자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 관련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가정법원, 인천지법 등에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배우한 기자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대법원 차원의 형사조치(고발ㆍ수사의뢰)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면서, 고발 불가피 쪽으로 쏠리던 법원 내 분위기에 적지 않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 처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법원 내에서 집단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법 부장판사들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위 법관들로, 이 중에는 법원장을 지내고 다시 재판으로 돌아온 평생 법관도 있어 대법관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법관들도 많다. 앞서 고발이나 수사의뢰 의견을 낸 단독ㆍ배석 판사보다 수는 적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현 법원행정처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이날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결의 가운데 주목할 점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의 고발이나 수사의뢰, 수사촉구를 우려한다”고 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관계자들을 직접 고발하는 방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법원행정처나 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사를 요청하는 대안이 고려되고 있는데, 이 같은 시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 모든 형태의 형사처벌 요구를 반대한 것도 이들 결의의 강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위법관들의 분위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단독ㆍ배석 판사들은 이날도 검찰 수사 등 실효성 있는 대응을 대법원에 촉구했다. 부산지법 배석판사회의는 “사태의 의사결정, 기획, 실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에 대해 수사 요청을 포함한 모든 실행 가능한 후속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수사 촉구 대상을 좁혀 결의문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단독·배석 판사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와 관련해 “관련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신중론이 앞서는 고위법관 사이에서도 부산고법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 배석판사 연석회의는 “형사상 책임추궁 등 철저한 조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진통을 겪는 곳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5일 오전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참석자가 재직인원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4일 참석 대상자 113명 중 64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독립 저해 행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견을 모은 뒤 수사 촉구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위해 두 차례 속행을 시도했으나 결의를 위한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법원장을 비롯해 부장ㆍ단독ㆍ배석 판사 등 모든 직급별 판사가 참석하는 전체판사회의를 개최한 대전지법, 서울회생법원은 결의문을 발표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섰다.

고위법관과 단독ㆍ배석판사 의견이 엇갈리면서, ▦전국법원장간담회(7일) ▦전국판사대표회의(11일)까지 의견을 듣고 방침을 정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5일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 참석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법원 내부 계획에 불과하다”거나 “의혹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각각의 입장과 함께 후속조치를 두고선 모든 문건을 공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고발은 필요 없거나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엇갈려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김 대법원장은 회의를 주재했으나 발언 없이 듣기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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