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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버스 기사ㆍ시민 합심 응급환자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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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버스 기사ㆍ시민 합심 응급환자 구해

입력
2017.08.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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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시내버스 내 폐쇄회로(CC)TV 화면 캡쳐. 대중교통 제공
사고 당시 시내버스 내 폐쇄회로(CC)TV 화면 캡쳐. 대중교통 제공

“사람이 쓰러졌어요.”

지난 9일 오후 10시35분쯤 경남 창원지역에서 110번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 임채규(43)씨는 갑자기 버스 뒤편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 화들짝 놀랐다. 이어 승객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운전석 미러를 쳐다봤더니 20대 남자 승객이 가방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힌 채 의식을 잃은 모습이 보였다. 승객 20여명을 태운 버스는 마산 회원구 보문주유소를 지나 창원교도소 지점을 향하던 중이었다.

임씨는 “승객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팔이 꼬이고 들고 있던 가방까지 떨어뜨리면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며 “급히 버스를 세우고 119에 신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씨는 곧바로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버스를 세운 뒤 쓰러진 승객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함께 타고 있던 승객들도 환자 주위로 모여 상태를 살폈다. 환자가 곧 숨이 넘어갈 듯 발작이 심해지자 한 승객이 나섰다. 임씨에게 “119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제안한 것.

가까운 병원으로 가려면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임씨는 잠시 고민했다. 임씨가 병원으로 차를 돌려도 괜찮겠냐고 의견을 묻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구동성으로 “병원으로 가자”고 답했다. 노선을 벗어나기 전에 먼저 내리겠다는 승객도 없었다. 임씨는 즉시 핸들을 꺾어 인근 청아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환자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몸을 뒤틀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 곁에 있던 승객들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임씨는 “할머니 한 분과 다른 남성 승객 2, 3명이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다행히 응급실 도착 1~2분 전에 환자 의식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버스는 출발한 지 10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임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는 버스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즈음 신고 현장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가 구급차보다 빨랐던 셈이다.

환자가 병원으로 후송된 후 승객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병원으로 오는 동안 지나쳐버린 10여개 정류장을 다시 돌아야겠다고 생각한 임씨는 승객들에게 “모두 원하는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승객들은 “다른 버스를 타고 가면 되니 그냥 가시라” “신경 쓰지 말라”며 제각각 갈 길을 떠났다. 임씨와 승객들이 구조한 20대 환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음이 된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숨이 넘어가던 응급환자를 구했다.

창원=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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