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작업 중 갑작스런 추방 통보
인원점검 늦어져 공단서 하염없이 대기
“북측, 제품과 설비 반출은 막아”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북한이 남측 인원 전원 추방으로 맞선 11일 공단 출입 통로인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늦은 밤까지 남측으로 되돌아오는 입경절차가 지연되며 어수선했다. 북한의 전격적인 추방 통보로 남측 인력들이 급히 철수하는 과정에서 혼돈과 긴장이 교차했고, 입주 업체들은 “정부 방침 때문에 손해를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제품 반출 못하고 철수도 지연
이날 CIQ를 통과할 남측 근로자는 설 연휴 기간 개성공단에 체류했던 184명과, 원ㆍ부자재와 완제품 등을 챙기기 위해 공단으로 들어간 약 100명 등 총 280명이었다. 하지만 북측이 이날 오후 5시에 고작 30분 여유를 주며 갑작스럽게 추방 통보를 한 탓에 인원점검이 늦어지며 공단 내 대기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졌다. 입경을 기다리던 280명은 오후 9시30분에야 북측 통행검사소를 지나기 시작해 밤 11시가 넘어서야 차량 247대에 나눠 타고 CIQ를 통과했다. 이정국(45) 동우콘트롤 부장은 “오후 6시쯤 북측 CIQ를 통과했지만 정확한 인원집계가 안돼 다시 CIQ로 돌아가 4시간을 버스에서 기다렸다”며 “업체 관계자 중 한 명이 본인 짐을 덜 싸서 늦게 합류하게 된 것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단 내 완제품과 설비 등을 챙겨 나오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섬유업체 법인장인 김성식(53)씨는 “오후 5시에 갑자기 남한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자산동결이나 추방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인 짐은 챙겼지만 북측이 제품과 설비 등의 반출은 불허했다”며 “아직까지 가스ㆍ전기설비 관리자들은 공단 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측의 추방 통보는 이날 오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오전 11시쯤 입경한 김수희(43) 개성공단부속의원 간호사는 “10일 오후가 되자 북측 군인들이 총을 들고 돌아다니고 군용 차량이 공단 내에 진입하는 등 평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북한의 추방 통보 전까지 철수 작업은 비교적 차분했다. 설 연휴 기간 공단에 체류하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남측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일부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2013년 공단 잠정폐쇄 때처럼 승용차 안 좌석과 트렁크, 차량 위 지붕 등에 완성품과 원자재 등을 가득 싣고 돌아왔다. 의류업체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이날 오전 남쪽으로 돌아온 50대 남성은 “북측 세관들도 ‘다음에 봅시다’라고 말하는 등 공단 중단을 확실히 인지한 것 같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입주기업 “수십억 손해 어찌하나” 하소연
124개 기업이 속해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정부의 돌연한 공장 중단 통보가 북측의 자산 동결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명절 직전 거래처와 1,800여장의 티셔츠 거래 계약을 해 공단에 원단을 보내둔 상태였다”며 “이 원단은 물론 기존에 재단이 진행된 원단 역시 전혀 찾아올 수가 없어 수십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호물산 관계자 역시 “인력 철수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방침 탓에 피해만 커졌다”며 “장비를 가져올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해 철수 시한을 1,2주라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 입주기업 대표들은 12일 오전 총회를 열어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우리는 지금 절벽 위에 간당간당 매달린 격”이라며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권리와 피해 방지를 위해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파주=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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