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중의원을 해산과 조기 총선 방침을 밝혔다. 일본 중의원은 일부 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한 후 주중에 해산될 전망이며, 선거일은 12월 14일이 유력하다.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방침은 그제 발표된 일본의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연율 -1.6%)에 머문 게 직접적 계기다. 일본은 2분기에도 -1.9%(연율 -7.3%) 성장률을 기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로써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통해 연 2% 대의 안정적 인플레이션을 이끌어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려던 아베노믹스의 좌절 조짐이 한결 뚜렷해졌다. 앞으로 지지율 저하를 피할 수 없는 마당이어서, 아직 지지율이 40%로 비교적 높고 야당의 세력 결집이 부진한 지금 총선에 들어가 정권을 2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계산인 셈이다.
그는 어제 중의원 해산 방침과 함께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2017년 4월로 1년 반 연기할 뜻을 밝혔다.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등 한동안 순항하는 듯하던 아베노믹스는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후 급격한 소비심리 후퇴에 시달려야 했다. 인위적 금융완화와 재정출동의 결과 경제 활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인 데다 수익이 늘어난 기업의 급여 인상 움직임까지 나타나 소비세 인상의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으리란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장기불황을 겪으며 체질화한 일본 국민의 ‘생활방어’, 즉 지출이 늘어날 경우 그 이상의 절약과 내핍으로 스스로의 생활을 지켜야 한다는 자세가 뚜렷했다. 소비세 인상에 앞서 이미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겪은 소비자들은 추가적 물가상승인 소비세 인상을 맞아 지갑을 더욱 단단히 닫아버렸다. 엔저 효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은 나아졌지만,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12% 내외밖에 되지 않아 큰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이번에 발표된 3분기 성장률만을 가지고 아베노믹스의 파탄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경제침체의 지표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2분기보다 많이 완화됐고, 기업의 생산조정으로 재고가 감소한 영향도 작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가 거듭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문제는 양적완화의 대안이 없어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가 확대되거나 현재의 양적완화 장기화에 따른 엔저의 가속화다. 현재 야당 지지율이 10%도 안 돼 12월의 총선에서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 확보는 무난할 전망이다. 양적완화의 지속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국내 수출기업과 한국경제 전체에 드리운 엔저 그늘이 더욱 짙어질까 걱정이다. 정부와 기업이 부단한 주시와 기민한 대응으로 장기적 엔저 위기에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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