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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3 17:27
수정 : 2018.01.03 18:22

[애니칼럼] 허리가 길어 기쁜 동물, 족제비

등록 : 2018.01.03 17:27
수정 : 2018.01.03 18:22

전반적으로 검은 털이 특징인 어린 족제비는 호기심이 많아 주변을 쉴 새 없이 탐색한다.

‘개꼬리 삼 년 묻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원 바탕이 안 좋은 것은 결국 그 본질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뜻이죠.

여기서 누런 털이라는 ‘황모’는 무엇일까요? 바로 족제비의 털입니다. 황모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바로 족제비의 털로 가는 붓인 황모필을 만드는데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외모지만 쥐에게는 늑대

검은 얼굴의 하얀 주둥이, 귀여운 인상이 포식자인 족제비의 강렬한 모습을 감춘다. imgur

족제비의 학명은 Mustela sibirica입니다. Mustela는 족제비를 뜻하고 sibirica는 시베리아를 뜻하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북부권과 남중국까지 서식하는 종입니다. 일본의 중남부에는 우리나라 족제비가 1920년대에 화물선을 통해 건너가 서식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족제비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며 도심 한복판에서도 잘 살아가는 포식동물이죠. 야생동물이지만 도심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주 먹이가 설치류이기 때문입니다. 한자인 서랑(鼠狼)이라는 말처럼, 족제비는 집쥐, 등줄쥐나 청설모에게는 거의 늑대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조류들도 잘 포식하며 경우에 따라 닭까지도 사냥합니다.

족제비가 보이는 또 다른 사냥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과잉살해(surplus killing)입니다. 영어로는 ‘닭장 신드롬’이라고도 합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먹이양보다 훨씬 더 많은 수를 죽이는 습성을 일컫습니다. 때문에 족제비는 시골에서 퇴치의 대상이 되죠. 한 예로 호주의 여우 한 마리가 며칠에 걸쳐 11마리의 왈라비와 74마리의 펭귄을 죽이고도 거의 먹지 않은 사례도 있었답니다. 이처럼 재생 가능한 먹이자원을 완전히 고갈시키고 포식자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이 과정을 통해 임시적으로 먹이를 보관할 수도 있고 사냥 경험을 얻기도 한답니다. 물론 소수의 포식자가 많은 수의 피포식자를 상대하는 생태적 균형 차원에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허리가 길어 기쁜 짐승, 가장 큰 천적은 사람

족제비는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두 발로 뛰어 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 경우 눈이 쌓인 다음날 우리 주변에 남은 족제비의 흔적을 찾아보자.

쥐를 잘 사냥하는 족제비는 긴 몸통과 짧은 다리가 특징입니다. 수컷이 암컷보다 크며 경우에 따라 몸집은 2배 정도까지 차이가 납니다. 보통 머리몸통 길이는 수컷이 28~39㎝, 암컷은 25~30㎝ 정도고, 꼬리는 각각 15~20㎝, 13~16㎝ 정도죠. 수컷이 600~800g 정도 나가는데 하루에 100g 이상을 먹어야 하니 대식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체형은 여러 가지 적응 산물을 보여줍니다. 다른 족제비과 동물들처럼 보통은 거의 걷지 않고 두발 모둠뛰기로 뛰어 움직인답니다. 긴 허리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죠. 그래서 눈밭 등지에서 족제비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고 알기도 쉽습니다. 다리가 짧아지면 나타나는 또 다른 장점은 먹이가 있는 굴이나 복잡한 지형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죠.

족제비는 서식지를 선택하는데, 특히 은신처 등에 대해 특별한 요구가 없나 봅니다. 어디든 어둡고, 따스하게 몸을 웅크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라도 사용하며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살아가며, 서울 한복판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런 족제비의 천적은 첫 번째가 사람이었죠. 모피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거니와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사람은 반드시 상대해야 하는 야생동물입니다. 자연계에서는 주로 고양이나 삵, 개 또는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맹금류 등이 적입니다. 작은 체구로 이러한 천적을 상대해야 하므로 항문샘에서 톡 쏘는 듯한 유황 냄새를 풍깁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항문샘에서 분비되는 이 독한 휘발성 물질의 특정성분에는 종 특이성은 당연히 포함하고 있으며, 암수와 나이의 차이까지 나타나서 족제비들간의 상호소통에 이용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족제비가 역으로 우리를 관찰하기도 한다.

호기심이 가득한 족제비는 간혹 두발로 일어서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합니다. 검은색 얼굴에 주둥이에 난 하얀 털이 인상적인 족제비, 우리가 한번 찾아볼까요?

글·사진=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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