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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북핵 1차 타협… 미중북 물밑 탐색전 치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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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북핵 1차 타협… 미중북 물밑 탐색전 치열할 것”

입력
2017.11.12 18: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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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 美 이용해 中 견제

아베는 中에 ‘러브콜’ 노골화

트럼프 ‘美 우선주의’ 불구하고

中과 통상마찰 크지 않을 듯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8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8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 충돌을 피하는 등 중국의 현실적 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의 향후 행보와 북핵문제ㆍ통상문제ㆍ역내분쟁 등 이른바 ‘트린핑(트럼프와 시진핑의 합성어) 시대’의 주요 현안에 대한 관련국들의 셈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해법…미중 ‘일차타협’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기간 중 미중 양국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미국)와 제재와 대화 병행(중국) 이라는 기존 입장을 상호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에서와는 달리 중국 방문에서는 ‘대북 압박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중 접경 지대에 위치한 많은 북한 사업체가 제재로 인해 폐쇄됐다”, “대북 제재가 북한 내부 경제와 일부 주민, 심지어 군부까지 압력을 만들어 내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성과를 호평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당분간 독자 제재 요구 등 압박 수위를 높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 북한 도발을 자제시킬 수 있다는 보장을 받고, 중국은 유엔안보리 결의 이상 대북 압박을 않겠다는 양해를 얻은 ‘일차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충돌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내년 초까지 미국, 중국, 북한 간에 치열한 탐색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과(정치경제)교수는 “북한을 고사시키더라도 압박을 가하겠다는 미국과 순차적으로 압박 강도를 올린다는 중국은 해법이 다르다”면서 “북핵 고도화 여부에 따라 양국 대북정책의 ‘시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내 분쟁…분주한 일본, 셈법 복잡해진 아세안

미중 양국이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타협기조를 보이면서 분주해진 쪽은 일본이다. 대중관계 개선을 외교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중국 러브콜’은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11일 아베 총리와 시 주석과의 중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 측의 이니셔티브를 부각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후 중국의 현실적 부상에 대비하지 않고 미국에 올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어, 내년 방중 및 시 주석의 답방에 외교적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일 간 뜨거운 감자인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ㆍ 釣魚島)열도 문제가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12일 일본 지지(時事) 통신은 중국 인민일보가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사진을 실은 점을 주목해 지난해 9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정상회담 회의실에 양국 국기조차 배치되지 않은 점과 비교하면서 중국이 아베 총리에 대한 차별대우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경제력을 무기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을 이용한 중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2일 “다낭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나한테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정상회담에서 그가 인권 문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과 파라셸 군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도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며 중국 견제에 들어갔다. 아세안 관계자는 “코끼리가 싸우면 풀이 죽는다는 사실을 회원국들은 잘 알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등거리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마찰 예상보다 약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기조를 천명했지만 미국의 통상압박은 예상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어마어마한 ‘차이나 머니’(무역협정 및 투자계약 2,500억달러) 덕분이라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무역 불균형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무능한 (미국의)전임 정부를 비난하지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그는 한국 국회 연설에서도 북핵 문제에 집중했을 뿐 우려했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개정 협상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FTA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정도다. 일본에서도 대일 무역 역조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최악으로 생각하는 ‘미일 FTA 협상 개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는 기류도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호찌민=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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