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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화정책에 대한 합리적 기대

입력
2017.04.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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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Fed)은 작년 12월에 이어 지난 3월에도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넘게 지속된 장기 침체가 끝나감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반응은 신중하다. 주요국간 통화정책의 비동조화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유럽 및 일본과 함께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회복 국면에서는 이들을 따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교수는 이에 대해 열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도전적 기업가 문화, 산업발전 지향적 행태인 금융시스템과 대학 연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또한 유연한 노동시장과 완화적 규제도 미국의 상대적 강점으로 언급했다.

결국 미국의 차별화된 경기회복은 이 같은 경제 인프라 위에서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노력 등과 잘 조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가계가 채무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민간 수요가 붕괴하자, 정부는 조세 수입을 낮추고 보조금 지급을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했다. 특히 ‘경기회복과 재투자촉진법’(2009) 등과 같은 재정지출 프로그램들도 밑거름이 되었다. 통화정책도 과감했다. 정책금리를 하한선까지 끌어내리고도 미흡해 추가로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도 시행했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점도 경기회복의 촉진제가 됐다.

세계 경제가 언제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느냐는 장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낮은 생산성 증가율과 역사적 최고 수준의 글로벌 부채 규모, 그리고 정부채무 증가 우려에 따른 협소한 정책 여력 등 제약 요인이 건재하다. 장기간 저금리 지속으로 크게 상승한 자산 가격이나 고위험 대출도 언제든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행보도 신중하다.

국내 경기는 세계경제 순항의 온기를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완만한 상승기조도 이어질 것이다. 유럽의 정치 불확실성이나 지정학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큰 제약 요인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책금리는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가를 비롯한 거시지표가 미국만큼 양호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도 미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편에서는 국내 사정으로 정책금리 인상을 미루면 한미간 금리역전을 초래하고 결국 자본유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에 동조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것을 우려한다. 그렇지만, 자본 유출입은 국내외 금리 차이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금리 이외에도 환율이나 경상수지, 성장 전망 등 자본이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많다. 가계부채도 기본적으로 소득 증대와 부채상환 능력 제고로 풀어야 할 문제다.

정책금리는 대체로 자국의 물가나 이와 관련 주요 지표들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에는 금융안정도 고려사항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관련한 최근의 우려는 분명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합리적으로 유도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통화정책을 이끈 모범 규범은 없었다. 앞으로 정상화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통화정책 운용에서 옐런 연준 의장의 소통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정책금리 변동에 대해 시장과 소통을 충분히 해서 시장의 기대가 무르익을 때에 자연스럽게 정책을 변환한다. 경제 주체들이 금리 변동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갖게 해준다. 우리 통화정책 당국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시장과 진솔하게 소통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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