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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과 인연 사이, 김수남 칼끝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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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과 인연 사이, 김수남 칼끝은 어디로

입력
2017.03.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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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김기택 前 영남대 총장은

朴 경선 출마 때 MB 지지 ‘악연’

본인은 이석기 수사 진두지휘 후

발탁 인사로 총장에 오른 ‘인연’

임명권자서 피의자로 朴과 재회

구속영장 청구 여부 놓고 고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초동 중앙지검에 소환된 21일 오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초동 중앙지검에 소환된 21일 오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자신이 피의자로 입건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총장은 이번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인 데다 선대부터 이어진 인연까지 맞물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놓고 쉽지 않은 마지막 선택을 남겨놓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김 총장과 간부들은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여부를 언제 결정할지 묻자 “지금은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로 이어지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거친 상황이어서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문제는 사건의 대미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등 박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특성상 결국 최종 판단은 김 총장이 내리게 된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주임검사 또는 부장검사, 차장검사 선에서 신병처리 및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영렬 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수사팀 의견을 토대로 김 총장에게 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을 보고할 전망이다.

선택지는 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이렇게 두 가지다. 김 총장은 전직 검찰총장 및 검찰 간부들의 의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 박 전 대통령의 조사 태도, 여론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검찰 내 이견이 있는 사건은 총장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에도 임채진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검찰 안팎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30일 소환조사 이후 3주 넘게 장고를 거듭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를 고민하되 신속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는 “김 총장이 원로 등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지만, 결정은 신속하게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기본적 요건은 갖췄지만, 법적 이외의 요소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로 김 총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김 총장은 2013년 수원지검장 시절 옛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의 단초가 된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박 전 대통령 발탁인사로 평가 받았고, 이후 대검 차장을 거쳐 총장에 올랐다. 일각에서 그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1차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20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할 당시에도 김 총장은 고심에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박 전 대통령과 김 총장의 부친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의 악연이 거론되기도 한다. 2007년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출마했을 때도, 김기택 전 총장은 당시 영남대 이사장이던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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