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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빈곤ㆍ주거 문제는 준전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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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빈곤ㆍ주거 문제는 준전시 상태”

입력
2016.04.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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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 쏟아 내는데…

젊은이 떠나면 서울 활력 잃어

청년수당ㆍ청년주택 등 비상책

EU 여러 정책 참고해 만들어

규제 개혁엔 인색하다?

서울택시는 20만명의 생계

우버가 세계서 논란 빚는 이유

공익 반할 땐 일정 규제 필요

20대 총선은 사이다 선거

여론 못 듣는 민맹정치 심판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청년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야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청년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야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취업과 결혼, 집장만 등 포기할 게 너무 많아 셀 수 없다는 N포세대에게 희망을 되돌려 주는 절실한 정책인가, 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인가.

서울시가 최근 중앙정부와 갈등을 촉발한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힌 후 의견이 분분하다. 시는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매달 5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해 디딤돌을 놓아주겠다고 설명하지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게 중앙정부 등의 부정적 시각이다.

최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원순(60) 서울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년수당은 중앙정부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청년층이 겪는 경제적 빈곤과 불안정한 주거 문제는 준전시 상태와 다름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기성세대는 새 시대를 예비하고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정부ㆍ여당의 4ㆍ13 총선 참패와 관련해서도 청년문제를 언급했다. 야권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그는 “자영업, 전통시장이 무너지고 청년들이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는데 이 같은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민맹(民盲)정치’를 심판한 것”이라고 20대 총선 결과를 평가했다. 최근 현안을 둘러싼 박 시장의 견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_청년수당 현금 지급 계획 확정의 파장이 크다.

“아직도 2030 자녀 세대가 얼마나 힘든 고난의 강을 지나고 있는지 모르는 기성세대가 많다. 청년수당 지급을 비롯한 서울시의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청년세대를 위한 종합 처방약으로, 유럽연합(EU)의 여러 정책을 참고했고 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만들었다. 중앙정부는 한 해 청년 일자리를 위해 2조1,000억원을 쓰는데 청년실업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나는 현장에서의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_4ㆍ13 총선 직전 (청년수당) 발표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청년수당이 알려진 이후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그간 서울시 안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었다. 민간 위탁 기관 선정 과정에 서울시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시의회에 동의 요청을 하면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계획이 공개되기 때문에 실무 절차상 지금 발표한 것뿐이다. 보건복지부와는 여전히 협의를 진행 중이다.”

_유사한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은 청년배당 상품권 현금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모든 일이 100% 의도대로 이뤄지거나 100%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고민해 이번 정책을 만들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_청년수당 외에도 연일 청년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시대의 대전환기에 있다. 지금은 저성장 기조가 정착된 시기다. 고속성장 시대처럼 저절로 직업이 생겨나는 시기는 지나갔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세밀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고 새로운 창업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대량실업을 피하기 힘들다. 일본이 이미 우리보다 직업의 수가 2배. 미국은 4배다. 이러한 새 시대를 예비하고 청년들이 몰릴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고 연결해 줘야 한다.”

_올해 초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노동 현안을 집중 수행할 ‘일자리노동국’도 신설했는데.

“지금까지 지방행정에서 노동문제는 방치돼 왔다. 공무원도 다 지식 노동자인데 노동자라고 하면 현장 기계 노동자만을 생각하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노동은 신성하고 보호받고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_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다.

“청년들의 주거난은 준전시상태 수준으로 심각하다. 주거난 때문에 수많은 서울시민이 서울을 탈출하고 있다. 청년들이 서울을 떠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서울은 활력을 잃게 된다. 비상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_청년 창업을 지원한다면서도 심야 콜버스 운행이 우여곡절을 겪는 등 규제 개혁에는 인색한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규제가 해소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상의 많은 가치를 어떻게 조정하고 중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울에 7만대의 택시가 운영되고 있고 기사 가족까지 합하면 시민 20만명의 삶이 택시사업에 달려 있는 셈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서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불법 논란을 빚은 게 그래서다. 자유가 번영을 보장하고 무한 자유는 창조경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규제는 가능한 한 해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자유로움이 공공의 이해에 반할 때는 일정한 규제나 제한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는 탐욕이라는 속성이 있다. 지나친 탐욕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탐욕에 관해서는 일정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_20대 총선 결과를 평가한다면.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역시 국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사이다(속이 후련하다는 의미의 인터넷 은어) 선거’였다. 국민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국민이 표로 심판한 것이다. 정부ㆍ여당은 국정교과서 강행, 국민 합의 없는 위안부 협상, 세월호 진상 조사 지연, 메르스 늑장 대응 등 국민들의 삶의 생생한 목소리에 눈 감고 귀 닫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민맹정치를 한 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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