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한 스포츠도박 브로커에
문우람이 손내밀며 구체 계획 짜
청탁 받은 이태양 고의 볼넷 투구
문 1000만원ㆍ이 2000만원 뒷돈
檢, 불구속 기소ㆍ군 검찰로 이관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3)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사법처리 수순을 밟은 것은 2012년 당시 LG트윈스 소속 투수 박현준, 김성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김경수)는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이태양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외야수 문우람(24)은 현재 상무 소속 현역 군인 점을 감안해 사건을 군 검찰에 넘겼다. 승부조작을 주도한 브로커 1명과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방 운영자 1명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이태양은 2015년 시즌 총 4경기의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이 중 2경기에서 승부조작에 성공했다. 승부조작 방법은 ‘1이닝 1실점’ , ‘1이닝 1볼넷’, ‘4 이닝 오버(양팀 합계 6득점 이상)’ 등 다양했다. 2012년 승부조작 당시에는 ‘첫 이닝 볼넷’ 등 단순했고 성공보수도 건당 500만~700만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수법도 다양해지고 대담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태양은 지난해 5월29일 기아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1이닝 실점을 해달라’는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1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 주며 2실점했다. 이 경기에서 NC는 3대13으로 패했고 이태양은 승부조작 성공 대가로 2,000만원을 챙겼다. 그는 같은 해 7월31일 선발로 나선 넥센과의 경기에서도 ‘4이닝 오버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5회까지 3실점했다. 그러나 NC가 4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해 승부조작에 실패했다. 다음 경기인 8월6일 롯데자이언츠와 경기에서도 ‘1이닝 볼넷’ 청탁에 따라 1회 2개의 볼넷을 내줘 약속을 지켰으나 대가를 받지 못했다. 돈을 받지 못했지만 승부조작 시도는 계속됐다. 9월15일 kt위즈와의 경기에도 ‘1이닝 볼넷’ 을 시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졌으나 상대타자들이 삼진 등으로 물러나면서 승부조작에 실패했다. 승부조작은 미처 몸이 다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주로 1회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문우람이 먼저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하고 경기 일주일전쯤 구체적인 경기일정, 방법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문우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방 운영자는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성공한 5월 29일 한 경기에 돈을 걸어 1억원을 남겼으며 이 가운데 2,000만원을 브로커를 통해 이태양에게 전달했다. 이 운영자는 이밖에 2,000만원은 브로커에게 주고, 문우람에게는 600만원 상당 고급시계와 명품의류 등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1년 프로야구 넥센 입단 동기로 이태양은 이듬해 NC로 이적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프리미어 12’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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