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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은 언어, 트럼프 언어, 문재인 언어

입력
2017.08.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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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악동'으로 불렸던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친한 유일한 미국인으로 꼽힌다. 동구 유학시절 농구에 빠져 그의 호쾌한 플레이를 유달리 좋아했던 김 위원장 역시 2013년부터 수 차례 그를 초청해 친분을 과시했다. 악동끼리는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직후인 올 6월 다시 방북한 로드먼은 남다른 관심을 낳았다.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선물한 사실이 공개돼서다.

▦ 로드먼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TV프로그램 '셀리브리티 어프렌티스'(Celebrity Apprentice)에 두 시즌 출연했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자 누구보다 먼저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런 그가 트럼프의 책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으니 '비공식 특사' 등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때가 때였고 본인도 '문을 열기 위해서'라고 떠벌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결국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그쳤다. 그저 로드먼은 김 위원장에게 또다른 악동 계열인 트럼프와 거래하는 비법을 전해주고 싶었던 게다.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 국방부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나온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지난 주 내내 북미가 일촉즉발의 '말 전쟁'을 벌였고 우린 불안에 떨었다.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며 구체적 공격경로까지 밝힌 북한의 초강경 맞대응에, 트럼프가 "괌에 무슨 일을 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며 '군사해법 장전 완료'까지 언급하자 한반도에 전쟁의 공포가 엄습한 것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서 1,700조원이 증발했다.

▦ 트럼프 참모들은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은 말 폭탄에 당황하면서도 "김정은의 언어로 북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옹호했다. 북한의 전매특허로 알려진 말폭탄을 역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문득 로드먼이 김정은 다루는 법을 알려줬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말을 지나며 외교적 해법이 강조되면서 '벼랑 끝 대치' 국면은 소강 상태를 맞는 느낌이다. "우리 국익은 평화이며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며 미국엔 자제를, 북한에 경고를 날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의 언어가 계속 유효해야 할 텐데..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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