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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타조효과

입력
2017.02.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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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를 타조에 비유해 설명한다. 체코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책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에 따르면 맹수가 전속력으로 돌진해오면 타조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를 모래에 박는다.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남들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위기가 구름처럼 몰려오는데도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고, 문제를 회피하기만 하려는 공무원의 행태를 비판하는 비유다. 경영학에서는 위기를 경고하는 변수에 눈을 감아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 이를 타조효과(ostrich effect)라고 한다. 영어 ‘ostrich’가 문제를 회피하려 드는 사람을 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타조는 날지는 못하지만 시속 70km로 달리고, 한 시간에 5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지구력이 좋다. 맹수를 만나면 발차기로 버틸 정도로 용감하다. 더운 날씨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모래에 머리를 박는 습성을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얘기도 있다. 타조 세대(ostrich generation)는 어려움이 닥치면 현실을 회피해 버리거나 상황을 핑계로 자포자기해 버린다는 요즘 세대를 지목한다.

▦ 동양권에도 유사한 비유가 있으나, 타조 대신 꿩이 등장하고 시사점도 다소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꿩은 머리만 풀 속에 감춘다’는 속담이 있다. 다급해지면 풀섶에 머리만 처박고 몸뚱이는 드러내는 꿩의 습성을 비유했다. 당황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는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다. 꿩이 머리를 박고 꼬리를 드러내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중국 원나라 시대의 문학작품에 나온다. /진실을 감추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두 경우 다 인간의 우둔함을 지적하는 비유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수사가 정부 부처로 확대되면서 공무원 사회가 ‘개점 휴업’이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니 눈치 볼 일도 없다. 그 틈에 연말 이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로, 경제 부처에서는 ‘노가 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권 말기라 무리한 일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는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하다. 정권만 바뀌면 공무원을 ‘부역자’로 만드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쏴대고 경제는 위기다. 백마고지에서 낮잠 자는 꼴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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