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성 기자

등록 : 2018.06.28 04:00

“군함도 ‘전체 역사’ 알려라”… 유네스코, 일본에 재차 촉구

등록 : 2018.06.28 04:00

바레인 세계유산위 회의서 결정문 채택

한국인 강제노역 알리기 등 약속 이행 요구

부정적 역사도 부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

다만 결정문 본문엔 ‘강제노역’ 명시 안 돼

근대 일본 미쓰비시 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군함도'. 2015년 8월 사진이다. 나가사키=홍인기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군함도’ 등 자국 세계유산의 ‘전체 역사’를 알릴 것을 일본에 재차 촉구했다.한국인 강제 노역 등 부정(不正)적 역사도 부정(否定)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세계유산위는 27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회의에서 일본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 이행 건을 검토한 뒤 이런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컨센서스’(표결 없이 동의)로 채택했다.

이날 채택된 결정문은 3년 전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가 포함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결정문을 상기하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2015년 결정문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할 것을 일본에 권고했었다.

등재 결정 당시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도 이번 결정문에서 재언급됐다. 2015년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는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산업시설 중) 몇몇 시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대 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 받았다(forced to work)는 사실을 이해하게 하는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결정문은 전체 역사 해석에 있어 국제 모범 사례를 고려할 것을 강력히 독려(strongly encourage)하고, 당사국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문은 일본이 유산 등재 당시 결정문 내용과 자국 정부가 약속한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세계유산위가 점검하고 내린 결론이다. 3년 전 강제 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851쪽 분량의 ‘유산 관련 보전 상황 보고서’(경과 보고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선인 등이 강제 노역을 한 산업 유산 관련 종합정보센터를 해당 유산이 위치한 나가사키(長崎)현이 아닌 도쿄(東京)에, 그것도 ‘싱크탱크’ 형태로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또 보고서에서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누락시키는 대신, “2차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ㆍ중ㆍ후에 일본 산업을 지원한(support)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는 식의 표현을 쓴 것도 ‘꼼수’로 지적됐다.

회의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런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세계유산위 위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알려 왔고, 이번 회의에서 성과도 거뒀다. 유산위가 결정문에서 ‘전체 역사 해석의 국제 모범 사례 고려’를 독려한 건 세계유산에 얽힌 부정적 역사까지 더 충실히 알릴 것을 일본에 촉구하되 이를 ‘외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날 회의장에서 결정문 채택 직후 세이카 하야 라세드 알 칼리파 세계유산위 의장은 21개 위원국을 대표해 결정문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축하한 뒤, 한일 양국이 이 건에 대한 양자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을 독려하고 일본 측에 2015년 결정문과 이날 채택된 결정문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우리 측 대표로 참석한 이병현 주(駐)유네스코 대사는 “이번 결정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2015년 결정문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한일 양자 협의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일본이 일본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전체 역사의 해석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국제 모범 관행을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야마다 다키오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2015년 일본 대표 발언문에 포함된 약속을 이행해 나가는 한편 이번 결정문에 포함된 모든 권고 사항을 이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결정문 본문에 ‘강제 노역’(forced to work)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다만 결정문 앞에 제시된 참고 자료 성격의 ‘세계유산센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의 분석 및 결론’ 제하 글에 2015년 일본 정부 대표가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한국인 등의 강제 노역 사실을 인정하며 했던 발언이 적시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다.

외교부는 “이번 결정문은 일본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관련 2015년 결정문을 상기하고, 일본이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당사국간 대화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정부는 일본 측이 2015년 결정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도록 적극 협의해 나가는 한편 세계유산위원국 및 관련 기구 등 국제사회와도 긴밀한 협조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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