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해법 엇갈려 내홍 조짐
세월호 유족들이 20일 여야 재합의안을 거부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재합의안 추인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합의안 추인을 유보하며 유가족 설득에 나섰으나 끝내 수포로 돌아가면서 향후 출구 전략을 놓고 강온파간 해법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합의안 추인을 주장했던 온건파 의원들은 “유가족 설득 외엔 방법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유가족들이 재합의안을 반대하더라도 재협상은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엔 당이 결단해 재합의안을 추인하고 세월호법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출구 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도 성향의 3선 중진 의원은 “마냥 길어지면 적당한 시점에 지도부가 결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건파가 ‘결단’을 주문하는 데는 명분이나 실리상, 다시 협상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당으로서 첫 번째 합의안을 파기한 마당에 또 다시 합의안을 번복할 수 없고, 여당의 반대가 완강해 추가로 논의할 절충안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월호법에 민생 법안이 묶여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야당에 돌아올 수 있다. 4선의 한 중진 의원은 “25일 본회의 처리를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유가족의 합의안 거부 입장 발표 직후 통화에서 “오늘 하루 유족을 설득한 것은 짧다.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며 합의안 설득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은 “어찌됐든 유가족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지낸 한 의원은 “유가족들은 국정조사도 여당의 비 협조로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어 현재의 합의안으로 설득할 수 없다”며 “재협상 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세월호 가족들과 합의하고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당도 인준 부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올렸고, 은수미 의원도 “유민아빠와 유족을 살리는 것이 당이 사느냐 죽느냐 보다 중요하다”며 재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유가족을 외면하고 그냥 가면 유가족과 우리가 대립하는 구도가 되는데 이는 새누리당에서 더 좋아하는 프레임”이라며 “세월호를 밀쳐내고 유족들 안고 가지 않고서는 우리 당이 어떻게 나아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여당과 청와대가 유족들 뜻을 받지 않아서 생긴 문제를 야당이 책임을 지는 상황을 왜 만드냐”며 “유가족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재재재협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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