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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카? 틈새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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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카? 틈새 공포증

입력
2017.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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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방향 슬쩍 돌려놓고

“아무도 없을 땐 남자 칸 사용”

스티커ㆍ인테리어 충진재 등

정체불명 구멍 막는 자구책

몰카 탐지기 개인 구매도 껑충

서울지하철2호선 역사 내 화장실 문에 몰래카메라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신은별 기자
서울지하철2호선 역사 내 화장실 문에 몰래카메라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신은별 기자

직장인 A(30)씨는 요즘 외출 때마다 챙기는 물건이 있다. 문구점에서 1,000원이면 구할 수 있는 스티커. “공용화장실에 갈 때마다 군데군데 있는 정체불명 구멍들에 붙이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얘기. 이런 구멍을 통해 몰래카메라(몰카)를 찍는다는 걸 인터넷에서 보고 난 뒤에 생긴 습관이다. A씨는 “친구들한테도 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좋은 생각’이라면서 호응을 해주고 함께 스티커를 사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몰카 범죄에 여성들이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단추나 안경 등에 부착하는 초소형 몰카부터 드론까지 수법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겠다며 여성들이 스티커 붙이기 등 소소한 자구책을 짜내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신모(27)씨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힐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만큼 여성들이 몰카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카 공포가 만든 외출 필수품 목록엔 스티커 외 여러 아이디어 제품이 등장한다. 불투명 매니큐어나 벽이 갈라졌을 때 사용하는 인테리어 보수용 충진재가 대표적이다. 모두 의심스런 구멍을 봤을 때 이를 덮기 위한 용도다. 직장인 장모(30)씨는 “누군가 튜브형 충진재를 발라두는 게 좋다고 말한 뒤부턴 항상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여성은 급한 대로 휴지나 종이를 화장실 내부 구멍을 막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남자화장실을 사용하는 여성도 있다. “아무래도 더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학생 신모(22)씨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 안에 남자 칸, 여자 칸이 따로 있는데 사람이 없을 때 남자 칸을 이용한다”고 털어놨다. 젊은 여성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혹시 몰카가 휴지통에 설치돼있을지도 모르니 슬쩍 반대 방향으로 돌려 놓아라”는 조언이나 “이것 혹시 몰카인가요”라는 물음과 함께 게시된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사내 화장실 벽에 몰래카메라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신은별 기자
서울의 한 지하철역사내 화장실 벽에 몰래카메라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신은별 기자

사적 공간이라고 해서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스스럼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몰카 유출 시 받을 피해는 더 크다”는 이유에서 불안은 오히려 극대화된다. 대학원생 주모(28)씨는 “도배할 일이 있어서 사람을 불렀는데 4시간 가량 옆에 앉아 감시했다”며 “(도배업자가) 화장실에 갈 땐 혹시 수상한 물건을 들고 가진 않는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 건 아닌지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 했다.

몰카 공포에 탐지업체나 탐지기 판매업체는 호황이다. 몰카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전체 고객 중 60%가 개인 고객이며 대부분 여성”이라며 “지난해보다 20% 정도 몰카 탐지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하루 문의전화가 10통 꼴인데 대학이나 학생회 등 고객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몰카탐지기를 판매하는 아이시큐리티 관계자는 “지난해 1,000개 정도를 팔았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500개 이상 팔았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06년 517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늘었고, 성범죄 중 차지하는 비율도 3.6%에서 24.9%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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