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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박 대통령과 6ㆍ15

입력
2015.06.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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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6ㆍ15 실질적 수혜자

2002년 김정일 면담 귀중한 경험

남북정상회담으로 위기 돌파해야

뉴시스 자료사진
뉴시스 자료사진

메르스 사태 속에 6ㆍ15남북공동선언 15주년인 15일이 허망하게 지나갔다. 2008년 후 7년 만에 성사가 기대됐던 남북공동행사는 무산됐고, 남측 민간단체들만의 이런저런 기념행사도 메르스 확산 우려로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15년 전 분단 55년 만에 남북정상이 두 손을 맞잡았을 때의 감격과 평화통일에 대한 벅찬 희망의 기억은 더욱 가물가물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주 사이에 10%포인트 가량 급락해 3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뒤늦게 방미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메르스 제압에 나섰지만 대통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단기간 내에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지지도 20%대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기 2년 반을 남긴 박 대통령에게 최대 위기다.

경제는 바닥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잠재력을 찾을 수 없다. 수출환경은 날로 악화중이다. 미ㆍ중 패권 다툼과 미일동맹 강화 틈바구에서 대한민국은 고립을 심각히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상과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가 덮쳐 사회 전반이 침체되고 경제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남북관계 개선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벼랑 끝에 선 박 대통령에게 이제 남북관계 개선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탈출구다.

알고 보면 박 대통령은 6ㆍ15남북공동선언의 수혜자다. 그는 잠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 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때인 2002년 5월 3박4일 간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유럽_코리아재단 이사로 재임 중이던 그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해 이뤄진 방북이었지만 6ㆍ15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됐기에 가능했다. 김대중 정부도 음양으로 그의 방북을 지원했다. 박 대통령은 그때 김 위원장과 장시간 면담을 갖고 남북현안들을 논의했다. 성과도 꽤 있었다.

그 때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했을 것이다. 또 그 해말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로 난파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대표로 복귀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그때의 느낌과 생각을 상세하게 밝혔다. 김정일은 솔직하고 거침 없는 사람,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은 가능한 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한다 등 긍정적 표현이 적지 않다.

이런 대목도 있다.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략)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방북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 집권 후 대북정책의 근간이 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이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다 되가는데도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김정은이 어리고 공포정치를 일삼는다고 하나 북 체제의 본질은 별반 다를 게 없다. 핵무장의 열망도 표현방식만 다를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김대중 정부는 북 체제를 확실하게 인정했고 평화공존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접근방법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 방북이 가능했던 때의 상황으로 못 만들 이유가 없다.

북측은 15일 6ㆍ15주년을 맞아‘공화국정부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을 고조시킨 그들이라 미심쩍은 데가 없지 않지만 최고 수준의 성명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금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가운데 권력유지를 위한 주요 재원인 대중무역과 해외파견 근로자 수입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전례 없는 가뭄도 심상치 않다. 그들이 이번에 대화의 손을 내민 배경에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최대 위기 순간에 박 대통령에게 반전의 기회가 온 게 아닐까.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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