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방치된 4살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시작됐다. 이 청원은 전날 발생한 폭염 속 차량에서 숨진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청원을 시작한 글쓴이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아이의 생명을 뺏었다. 이런 일이 왜 매년 일어나나. 우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적었다.
청원을 제안한 이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란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통학 차 안에 남은 아이들이 없는지 기사가 확인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기사가 차량 내 맨 안쪽 구석까지 확인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게 돼 있다.
청원이 시작한 계기는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4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었다. 숨진 아이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통학 차량을 타고 어린이집에 왔으나 차량에서 내리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아이가 발견된 건 하원 할 무렵이었다. 뒤늦게 아이가 없는 걸 알게 된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아이를 찾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청원 글에서도 알려졌지만, 실제로 비슷한 사고가 2년 전에도 발생했었다. 지난 2016년 7월 29일, 4살 아이 한 명이 유치원 통학 버스 안에서 8시간 동안 방치된 사건이었다.
당시 폭염 속 차량에 갇힌 아이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는데, 당시 입은 열사병과 무산소성 뇌 손상 때문에 현재까지도 의식이 없이 식물인간으로 생활하고 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에 꽂은 튜브를 빼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여보는 게 소원이다.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2년 만에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 발생하자 여론은 "당장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깊은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슬리핑 차일드 체크'를 제안한 국민 청원에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2만3,318명이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18일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예산 8억5,000만 원으로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통학버스 약 500대에 단말기 설치비와 통신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는 어린이가 버스에 타거나 내렸을 때 문자로 정보를 받고 버스 위치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예산 문제로 단계적으로 확대 도입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대한 내용은 없다. 유치원, 초·중학교, 특수학교는 교육부 소관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18일 오후 2시 기준 대책 마련 논의가 있었는지 묻기 위해 담당부처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받지 않았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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