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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 맡은 상어처럼... 카자흐스탄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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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 맡은 상어처럼... 카자흐스탄을 무너뜨렸다”

입력
2017.04.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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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팰리스 오브 스포츠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5-2(1-1 0-1 4-0) 역전승을 거두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팰리스 오브 스포츠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5-2(1-1 0-1 4-0) 역전승을 거두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에 카자흐스탄은 22년간 ‘통곡의 벽’이었다. 1995년 처음 맞붙은 이후 12전 전패.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군 전력을 출전시킨 카자흐스탄에도 힘 한번 못 쓰고 0-4로 완패했다.

설상가상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날 카자흐스탄은 1군 전력으로 팀을 꾸렸다. 브랜든 보첸스키(35), 나이젤 도즈(32), 더스틴 보이드(31), 케븐 달맨(36) 등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150경기 이상 뛴 귀화 선수들이 가세 한 것. 이쯤 되면 한국의 패배는 당연한 것이 되고, 다만 한 골이라도 넣어 영패를 면하면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예상평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그야말로 ‘초대형 사고’를 쳤다. ‘키예프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백지선(50)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5-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날 폴란드를 꺾은 데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승점 6으로 대회 중간 순위 선두로 나섰다.

대표팀이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22년 무승 사슬을 끊은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평가다. 그 동안 체격 조건과 기량에서 밀렸던 대표팀은 카자흐스탄을 만나면 경기 전 기 싸움부터 지고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세계랭킹 2위의 러시아와 두 차례 친선전을 대등하게 맞서며 ‘어느 누구와도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붙었고, 실제 빙판 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백지선(오른쪽) 감독과 박용수(왼쪽)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백지선(오른쪽) 감독과 박용수(왼쪽)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1-2로 뒤지다가 알렉스 플란트(28)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3피리어드 7분2초에 신상훈(24)이 상대 골리 왼쪽 어깨를 넘어 골문 탑 코너를 찌르는 역전 골과 4-1로 앞선 11분41초에 김기성(32ㆍ이상 안양 한라)이 상대 골리를 따돌리는 절묘한 스틱 핸들링에 이은 백핸드샷으로 쐐기 골을 터뜨리는 장면은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플레이였다. 그 만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토털 하키’를 추구하는 백지선 감독이 강조했던 전방위 압박도 돋보였다. 백 감독은 평소 “피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가서 압박하라”고 주문했는데 이날 선수들은 이를 120% 수행했다. 경기 초반부터 장점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부터 집요하게 달라붙어 상대를 괴롭힌 덕분에 이변을 연출했다. 야구로 치면 선발 투수처럼 가장 비중 있는 포지션의 골리 맷 달튼(31ㆍ안양 한라)은 폴란드전에 이어 이날도 32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30개를 막아내며 대역전극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백지선호’는 아시아리그 일정 탓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조직적인 하키를 했다. 고양 유로챌린지(2월9~11일), 삿포로 아시안게임(2월22~26일), 러시아와 평가전(3월18~19)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대회 출전을 통해 조직력을 다진 덕분에 세계선수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백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대단한 경기였다”며 “카자흐스탄은 무척이나 상대하기 어려운 팀인데, 운 좋게도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카자흐스탄과 같은 강 팀과 더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장 에두아르드 잔코베츠 감독은 “한국은 매우 강한 팀이었다”며 “특히 3피리어드에서 우리보다 나은 경기를 펼쳤다”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한국(23위)과 카자흐스탄(16위), 오스트리아(17위), 헝가리(19위), 폴란드(20위), 우크라이나(22위)까지 6개 팀이 출전해 라운드로빈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상위 2개국은 2018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으로 승격하고 최하위 팀은 디비전 1 그룹 B로 강등된다.

2경기 만에 디비전 잔류를 확정한 ‘백지선호’는 이제 남은 3경기에서 ‘꿈의 무대’로 여긴 IIHF 월드챔피언십 승격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25일 오후 11시 헝가리와 대회 3차전을 치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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