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상승세를 탔던 아파트 가격이 1월 들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파트 가격 하락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이래로 11개월 만이다. 전국뿐 아니라 작년 한해 동안 5,000만원 이상 올랐던 서울 아파트 가격까지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하락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319만원으로 전월인 2016년 12월 3억337만원보다 18만원 떨어졌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이라고도 한다.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고가주택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평균가격보다는 대체로 낮다.
부동산 침체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서울의 낙폭이 가장 컸다. 1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5억9,585만원으로 전월인 2016년 12월 5억9,828만원보다 243만원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은 강남 지역이 주도했다. 강남 11개 구의 중위 매매가는 1월 기준 7억3,617만원으로, 작년 12월(7억4,82억원) 보다 465만원 하락했다. 서울 근교 수도권의 중위 아파트 가격도 소폭 내려갔다. 지난해 12월 3억9,860만원에서 올해 1월 3억9,784만원으로 76만원 하락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포진해 경기가 악화한 경북과 경남지역 아파트 가격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경북 지역은 1억5,273만원에서 1억5,162만원으로 111만원이 떨어져 서울을 제외하고 낙폭이 가장 컸다. 대구도 광역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91만원이 하락했다. 이밖에 경남(-87만원), 충남(-35만원), 충북(-27만원) 지역도 각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연초라 거래가 뜸한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는 4,516건에 불과하다. 2013년 8월(3천149건) 이후 최저치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1월 들어 2조원이나 줄었다. 채권 유동화 영향이 있다지만 대출잔액이 줄어든 건 드문 일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월이 지나봐야 전반적인 경향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신중론과, 지난해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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