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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뒤늦은 ‘원세훈 대선개입’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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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뒤늦은 ‘원세훈 대선개입’ 인정

입력
2018.04.19 19: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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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3년 재판에 넘겨질 때부터 핵심 쟁점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최종 인정됐다. 국가 정보기관이 대선을 앞두고 직원을 동원해 사이버 댓글 활동을 한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가 불법으로 인정되는 데 5년이 걸렸으니, 사법부의 뒤늦은 단죄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대선 막바지에 터진 이 사건은 애초부터 정치적 입김으로 얼룩졌다. 경찰수사에서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파란의 연속이었다. 경찰은 정권 눈치를 보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법무부장관은 검찰 수사팀의 선거법 적용에 반대했다. 그 와중에 검찰총장은 쫓겨나고 수사팀은 좌천됐다. 법원으로 넘어와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놓고 1심 무죄, 2심 유죄, 3심 파기환송, 다시 2심 유죄 등으로 오락가락했다. 정권 차원의 방해와 압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심각했던 것은 당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과의 뒷거래 의혹이다. 지난 1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법원행정처가 2016년 청와대 요청을 받고 원 전 원장 항소심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문제지만 항소심 유죄 선고 후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불만을 표시하자 법원행정처가 앞으로 상고심을 어떻게 진행할지 대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 후 대법원이 이 사건을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겨 주요 댓글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터라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댓글의 증거능력 인정여부가 주목됐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따로 판단하지 않고 파기환송심 막판에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문건들을 증거로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현재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 3차 조사에 청와대 뒷거래 의혹이 포함돼 있는 만큼 사법부 불신을 씻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원 전 원장을 비롯해 모두 30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일단락됐다. 국정원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정치적 중립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사법부 역시 헌법이 보장한 법관과 재판 독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법부와 권력기관은 끊임없는 개혁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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