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년만에 세수(稅收) 펑크에서 벗어나 예산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였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50조원 넘는 빚을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적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는 70조원 넘게 불어나며 1,300조원에 육박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합산한 국가채무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편”이라는 정부의 평가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에 버금가는 재정 악화
5일 정부가 발표한 ‘2015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38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43조2,000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국가의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쌓아둬야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수치로, 한 해 동안의 나라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2.4%에 달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통상 재정수지가 GDP 대비 ±0.5% 이내에 있을 때 균형재정으로 보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폭의 적자”라고 말했다.
적자를 메우려니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고, 당연히 국가채무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국가채무는 1년 전보다 무려 57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율이 10.7%로 이 또한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이런 채무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됐다.
정부는 세수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가 당초 전망(595조1,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올해도 세수 증가가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세수 증가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따른 양도세 증가 등 일회성 요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부채의 주범 공무원ㆍ군인연금
발생주의(현금의 출납 시점이 아니라 채권ㆍ채무 관계가 발생하는 시점에 거래로 인식하는 것)에 따라 집계되는 광의의 국가부채는 공적연금의 충당부채를 포함한다. 지난해 국가부채 1,284조8,000억원 중에서 이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659조9,000억원으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앞으로 70년간 퇴직 공무원과 퇴직 군인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금액이다.
전체적인 규모는 늘었지만, 정부는 충당부채 증가폭 감소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 지난해 연금 충당부채 증가액은 16조3,000억원으로 전년(47조3,000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2020년까지 연금 수급자의 연금액이 동결되고 연금 수령시기가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서 52조원 넘게 부채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금 수급자 증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42만2,000명으로 2014년보다 3만명 증가했고, 재직자도 이 기간 1만2,000명이 늘어났다. 앞으로도 연금 수령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군인연금은 손조차 대지 못하면서 충당부채가 전년보다 8조3,000억원(6.9%)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복지 등 돈 쓸 곳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 역시 구조적인 문제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재정 악화는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당장 복지 비중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부 지출과 부채에 대한 관리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교수 역시 “증세를 하든지, 보다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든지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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