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대
특파원

등록 : 2017.04.02 15:29
수정 : 2017.04.02 19:09

中부자들 “美 황금비자 못 얻을라” 전전긍긍

[특파원 24시] 트럼프가 투자이민 금액 올리고 시진핑은 해외 송금 단속 강화

등록 : 2017.04.02 15:29
수정 : 2017.04.02 19:09

미국 투자이민비자(EB-5)를 받으려는 중국인들의 주된 투자처 중 하나인 라스베거스 부동산 투자광고. 바이두

지난달 29일 오후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 도심의 한 호텔 로비.초청장이 없으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 로비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꽤 많았다. 톈진(天津)에서 왔다는 쑤(蘇)모씨는 “투자이민비자(EB-5)를 받으려고 3년 전부터 준비해왔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불안해서 와봤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이민 문턱을 높이자 누구보다도 중국 부자들이 불안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린카드(미국 영주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어서 ‘황금비자’로 불리는 EB-5를 얻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외국인 이민을 허용하는 제도의 하나로 EB-5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국민에 대한 일정 수준 일자리 보장을 전제로 외국자본의 투자를 끌어오면서 그 보상책으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EB-5가 황금비자로 불리는 이유다. 돈 많은 외국 부자들은 이 비자를 얻기 위해 일정 수의 미국인을 고용하기도 쉽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는 한 축으로 활용해왔다.

개혁ㆍ개방 후 ‘돈 맛’을 본 중국 부자들이 이 제도를 적극 이용하면서 미국은 그간 중국에서만 140억달러(약 27조원)를 유치해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에 따르면 2015회계연도 기간 발급된 9,764개의 EB-5 중 무려 84%(8,156개)를 중국인이 차지했다. 중국 내엔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가 900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가 최근 EB-5를 취득을 위한 최소투자금액을 50만달러에서 135만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중국 부자들이 좌불안석이다. 2016회계연도 EB-5 신청이 끝나는 이달 말에는 투자금액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 전에 신청하려는 이들이 몰려 일부 유명 컨설팅 업체들의 업무도 폭주하고 있다. 미 부동산 개발업체의 중국 에이전시인 쑨밍쥔(孫明軍)은 “고객들의 신청 요구가 빗발쳐 거의 매일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금융당국이 자본유출 통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1인당 연간 환전 규모가 EB-5 신청 기준의 10분의 1인 5만달러여서 비자업무 대리인이 여러 사람의 이름을 빌려 분산 송금하는 스머핑(smurfing)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단속 강도가 부쩍 세졌다. 그간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조심스레 준비해서 황금비자를 손에 넣었던 중국 부자들 입장에선 내우외환에 직면한 셈이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 미국을 향해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커진 만큼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간 중국 부유층 내 황금비자 열풍과 최근 만연한 불안심리는 “식당에서 영어 쓰는 외국인에게만 친절하다”는 중국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경공모서 4000만원 받아… 어리석은 선택”… 평생 추구한 도덕성 흠집에 스스로를 단죄
“시대를 선도한 진보정치 상징 노회찬”… 여야 정치권 조문행렬
합참 ‘계엄실무편람’ 보니… 국회 통제 내용은 없었다
트럼프 “북한에 화났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 사실 매우 행복해”
‘삼겹살 판갈이론’ ‘콜레라균’… 노회찬의 촌철살인 발언들
이재명 ‘조폭 유착’ 의혹에 영화 ‘아수라’ 재조명
다이슨, LG전자 상대로 또 소송… 흠집내기 작전인가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