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대선 후보 선출과 당원 확보

입력
2017.03.27 16:43
0 0

각 정당의 대선 후보경선이 한창이다. 한동안 국민을 우울증에 빠뜨린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대선정국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조기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와 정당 모두 충분한 당내 경선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해 혼란스럽다. 이러한 졸속 당내 경선은 유권자가 정당정치의 제도화 및 안정화에 대해 기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정치 일정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후보자를 포함한 선거 관련 행위자들은 정치적 경쟁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된다. 우리는 선거에 임박해서 후보자들의 윤곽이 잡혀야 게임의 룰이 결정된다. 정당이 사전에 정한 제도적 절차가 아닌 후보자들의 합의에 의해 경선의 룰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상황 논리가 경선의 룰을 좌우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당헌·당규는 신뢰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당내 경선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정당은 보이지 않고 후보자만 보인다는 것이다. 정당의 정책연구소가 사전에 조율·합의해 만들어낸 정책·공약을 바탕으로 후보 간 공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후보들의 경쟁에서는 중구난방의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오랫동안 숙성된 당의 비전과 정체성은 온데간데없고, 후보자 캠프에 몰려든 외부전문가에 의해 공약이 만들어지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유독 당의 존재감은 약화하고, 경선관리자 역할로 위상이 전락한다. 당내 경선이 후보자 중심이 아닌 중앙당 중심이 되어야만 정당정치의 기반은 강화되고 정당의 생존력은 높아질 것이다.

조기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경선 신청자가 214만 명에 달했고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 10만 명이 참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우리 유권자의 정치관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당정치의 토대가 양호하다는 긍정적 신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경우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보수지지층이 역선택을 위해 다수 신청했기 때문에 수치가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직접 행동하는 자발적 정치참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적극 참여자들은 향후 잠재적 정당 활동가로 정당정치에 유입시켜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정당이 유권자를 선거 때 필요한 일시적 흥행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장기적 정치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한국 정당의 미래 방향에 대한 논쟁에서 당원의 가치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영국의 노동당과 같이 특정 계층의 이념을 대변하는 대중정당 모델에서는 당의 기반으로서의 당원이 중요하다. 반면 미국 정당처럼 선거 때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평상시에는 의원들이 중심이 되는 모델에서는 당원의 중요성을 덜 강조하게 된다. 최근 정치권은 지역구민들이 활동하고 소통하는 공간인 지구당의 부활을 요구하지만 정작 선거 때는 정당 활동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내 경선에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당에 충성하는 당원에 대한 프리미엄은 부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완전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는 당원 양성 및 지구당 부활의 당위성과 상충하는 정당정치의 그릇된 방향 설정일 수 있다.

정당이 평소에 당원의 양성과 관리에 소홀하다 보니 정작 선거 때는 밑으로부터의 상향식 후보자 선출이 어렵다. 때문에 지지자 결집을 위한 흥행을 목적으로 당원의 존재를 부인하고 경선을 대폭 개방하게 된다. 정당정치가 활성화되기 위한 가장 근본적 토대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당원 혹은 자원봉사자의 확보이다. 비록 조기 대선으로 모든 것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당은 당내 후보 선출에 발길을 옮겨준 소중한 유권자를 당원 혹은 자원봉사자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