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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뚱뚱해도 건강하다" 사실일까요?

입력
2017.11.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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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도 건강하다" 90년대 이래 여러 연구에서 '과체중인 사람도 혈압만 정상이라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살찐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비만의 역설'입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대규모 연구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의 역설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과체중일수록 혈압, 혈당 등이 정상이라도 심장병에 취약하고 대사 이상 발생은 '시간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한 비만'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비만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비만의 역설 논쟁, 카드뉴스로 정리해봤습니다.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뚱뚱해도 건강하다" 사실일까요?

"뚱뚱해도 건강하다(fat but fit)" 그간 여러 연구에서 '과체중도 혈압만 정상이라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입니다.

살찐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비만의 역설’은 1990년대 서구에서 시작됐습니다.

2002~2013년 건강검진을 받은 16만명의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사망률 분석 결과,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률이 정상체중보다 높았고,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의 사망률은 정상체중보다 23% 낮았습니다.

질병에 의한 사망률도 비슷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저체중인 사람은 정상체중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34%, 암 사망률은 21% 높았습니다. 저체중인 경우 영양 부족이나 근육량 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적당한 비만은 심장병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또 심부전 환자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과체중 또는 비만일 경우 정상 체중보다 각 19%, 40% 낮았습니다.

뇌졸중을 앓은 사람 중 고령자는 살찔수록 회복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졸중 환자 2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은 고도비만 그룹이 비만이나 과체중, 정상, 저체중 그룹보다 일상생활 능력을 빨리 회복했습니다

이들 결과에 대해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뚱뚱한 사람은 영양상태가 더 좋아 병에 걸려도 더 잘 견디기 때문에 '비만의 역설'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소모성 질환에 걸리면 체중이 감소하므로 과체중인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거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역대급' 추적 조사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의 역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유럽인 52만명을 조사한 결과, 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어도, 심장병을 유발하는 관상동맥 관련 질병에 정상 체중에 비해 28%나 더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카밀 라살 박사는 “과체중은 심장병에 더 취약하다”며 “건강한 비만은 환상일 뿐"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함께 연구한 아이오나 촐라키 박사도 "뚱뚱하면서 건강한 사람은 아직 ‘건강하지 못한 대사 양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도 “건강한 비만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고도비만(BMI 30 이상)은 대부분 대사 이상이 있고, 비만(BMI 25 이상)도 상당수가 대사 이상이어서 실제적으로는 매우 드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건강한 비만'을 옹호하는 입장도 만만찮습니다. 황희진 비만건강학회 이사는 “최근 추이를 볼 때 ‘근육 없는 저체중보다 근육 많은 과체중이 낫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합니다. 근육이 많으면 잘 넘어지지 않고,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은 혈당 조절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죠.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비만의 역설' 결과는 비만 측정기준인 BMI(몸무게÷키의 제곱)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낮아서, 정상인 사람도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진단돼 생긴 착시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적용 중인 아시아ㆍ태평양 기준은 저체중(BMI 18.5 미만) 정상체중(18.5~22.9) 과체중(23~24.9) 비만(25~29.9) 고도 비만(30~)으로 'BMI 25 이상'은 비만입니다. 이를 OECD회원국(BMI 27.5 이상) 또는 미국(BMI 30 이상)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비만 진단에서 BMI 맹신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BMI는 비만 측정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복부지방ㆍ내장지방ㆍ콜레스테롤 등 수치도 다각도로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죠.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다"는 ‘비만의 역설’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따라서 BMI를 맹신해 무조건 살을 빼기보다는, 복부지방 등 비만 관련요인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운동ㆍ식습관을 챙기는 건강한 다이어트가 어떨까요

기사원문: 권대익 기자 / 제작: 송은미 기자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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