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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6> 댄스아카데미 원장이 된 전 대통령 한방주치의 신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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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6> 댄스아카데미 원장이 된 전 대통령 한방주치의 신현대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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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대(64ㆍ전 경희대 한방병원장) 해담한의원 원장을 보면 일본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가 절로 떠오른다. 평생 일탈을 모르고 앞만 보고 살아온 잘 나가는 40대 샐러리맨 스기야마가 우연히 접하게 된 춤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신 원장은 이 영화 속 주인공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신 원장은 교수 정년을 5년 앞둔 2008년 8월, 35년간 봉직한 병원과 강단을 미련 없이 떠나 인생 제2막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대학병원장에다 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고 노무현 대통령) 한방주치의까지 지낸 그가 왜 교수 정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퇴직을 결심했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이제 그만 해야 할 일들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일 가운데에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이 바로 춤이었다.

신 원장에게 처음 춤을 알려준 사람은 그의 부인인 정경임 해담한의원 원장이다. 같은 학교, 같은 과 캠퍼스커플이었던 정 원장은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가졌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는 '춤꾼'이다. 플라멩코 춤의 대부인 조광 선생의 제자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도대체 춤이 무엇이기에 자신의 부인을 저렇게 빠져들게 하는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뭔가에 저렇게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춤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춤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춤은 육체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최고의 스포츠"라는 한의대 교수 출신다운 답을 내놓았다.

신 원장은 한의대 교수 재직 시절 비만치료 전문가로서 비만인들에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추천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대로 실천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한의학적으로 비만인 중에는 음인(陰人)이 많은데, 음인은 대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다. 따라서 웬만큼 독하게 마음 먹지 않고는 살을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이런 사람들에게 춤을 권한다.

"춤은 헬스클럽에서 전력으로 운동하는 것에 비견될 만큼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데다가 질리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최고의 다이어트 운동입니다. 춤을 추다 보면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 잡아 몸매를 보정하는 효과까지 있어요. 게다가 춤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수단인 만큼 성격을 고치고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특효약이에요."

신 원장의 춤 예찬은 끊이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신 원장도, 장 원장도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동안'에 '몸짱'이다.

근육과 관절이 퇴행하기 시작하는 중년 이후에는 격렬한 라틴댄스가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물으니, 연령대별로 잘 선택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사실 30~50대는 척추 퇴행이 시작되고 질환으로 악화하기 쉬우므로 너무 격한 동작이나 지나친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은 피해야 해요. 왈츠나 트롯, 템포가 느린 지터벅(일명 지루박) 정도가 적당합니다. 60세가 넘으면 적절한 활동을 꾸준히 해서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하는데 그럴 때에는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움직이는 한국무용이나 체조 등이 좋아요."

신 원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두 시간씩 꼬박꼬박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댄스아카데미 '라모스 스퀘어'에서 회원들과 함께 플라멩코와 왈츠, 탱고, 룸바 등을 춘다.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저녁에는 댄스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디너파티를 열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처음 댄스아카데미를 열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부인인 정 원장의 뜻이었다.

"2006년 6월쯤에 아내가 댄스아카데미를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군요. 환자들에게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은 춤이 최고라고 아무리 역설해도 공염불로 끝나기 십상이니 자신이 직접 가르쳐보면 어떨까 묻더라고요. 반대할 이유가 없었죠."

물론 퇴직 후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매일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나이 들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저는 젊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제 나이마저 잊을 때가 많습니다. 다만 적자라는 게 문제죠(웃음)."

문득 파올로 코넬료의 <걷지 말고 춤추듯 살라>라는 책이 떠오른다. 처음 그 책을 보면서 '걷기도 힘든데 춤을 추라니', 불퉁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어렴풋하게나마 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인생의 무게에 지치고 삶에 무감해진 현대인들이여, "Shall We Dance?"

■ 신현대 원장의 또 다른 외도

신현대 원장은 요즘 춤 외에도 그 동안 '해야 할 일'때문에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우선 한국슬로시티본부 전문위원을 맡아, 오는 6월25일~29일 닷새 동안 서울과 6곳의 슬로시티에서 열리는 '제3회 국제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이란 1999년 이탈리아의 그레베인 끼안티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톱니바퀴 돌 듯 쉼 없이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역민이 주체가 돼 지역이 원래 가진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자는 지역 살리기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완도군 청산도를 비롯해 신안군 증도, 장흥군 유치ㆍ장평, 담양군 창평(이상 전남), 경남 하동군 악양 등이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신 원장은 여전히 '구들장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야심도 있다. 그 일환으로 오는 17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와 두바이, 아제르바이젠의 수도 바쿠 등을 각각 방문해 그 나라 왕족과 고위 공무원들을 진료할 계획이다.

신 원장은 노년을 빗대어 쓰는 '황혼기'라는 표현을 가장 싫어한다. 그가 이번 인터뷰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바로 '골든에이지'라는 제목 때문이란다. 신 원장에게 노년은 어떤 의미일까?

"유대인 속담에 '어리석은 자의 노년은 겨울이지만, 현자의 노년은 황금기다'라는 말이 있어요. 나는 나의 노년을 겨울이 아닌 황금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답이다.

■ 신현대 원장의 7가지 장수 비법

신현대 원장은 한의사답게 인생의 모토가 '젊고 건강한 몸으로 잘 먹고 잘 살자'다. 신 원장은 건강에 좋다고 독 있는 음식을 피해 유기농식품과 위생식품만 찾아먹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큰 착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큰 독소는 정신적 독소, 즉 스트레스라고 강조한다. 신 원장은 "안정된 마음을 가져 면역력이 커지면 중금속이나 농약, 불량식품 같은 것을 웬만큼 먹어도 몸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원장이 신조로 삼고 있는 건강 장수를 위한 7가지 비법을 소개한다.

1.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라: 모든 병은 결국 마음의 병으로부터 비롯된다. 진정한 행복은 불행의 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불행하다고 느끼면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에서 벗어나면 된다. 누군가로 인해 불행하다면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하거나 그 사람과 반드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된다.

2. 피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여라: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에는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여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노력한다.

3. 남을 미워하지 말라: 내가 행복해지려고 남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남을 미워하면 괴로운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남을 미워할 시간에 책 한 페이지 더 읽고 산책을 하면 내 몸이 건강해진다.

4. 미래가치에 투자하라: 순간의 쾌락에 빠져 사는 것은 진정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하지 못한다. 미래에도 나를 기쁘게 해주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치 있는 일을 하자. 춤 등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도 미래가치가 있는 일이다.

5. 운동에 목숨 걸지 말라: 운동을 많이 할수록 좋고 오래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근육을 키우거나 살을 빼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려고 가볍고 즐거운 기분으로 하는 운동이 최고다.

6. 휴식할 때는 머리까지 완전히 비우라: 마음이 동시에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식 가운데 명상이 최고다. 하루 중 아무 때나 가장 편안한 시간을 택해 10분 정도만 바닥에 똑바로 앉아 깊은 호흡을 하자.

7.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자: 노후자금 준비로만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지 말자. 은퇴 후에 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나만의 계획표를 만들어보자. 은퇴 후 공부를 시작해도 좋으며, 나처럼 춤에 빠져 살아도 좋고, 작은 집을 짓겠다는 계획도 좋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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